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 규모는 165억유로(약 23조500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CB가 최근 특별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이 같은 규모의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를 사들였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은 그리스 등의 국가 부채 불안으로 극도로 혼란해진 유로존 국채 시장과 유로화의 안정을 되찾기 위한 것. 시장 개입을 꺼리던 과거의 모습으로 볼 때 이번 국채 매입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ECB가 유로화의 수호자를 자청하고 나선 성의가 무색할 정도로 시장 혼란은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개입이 오히려 불안을 실체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7500억유로에 달하는 유로화 안정기금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ECB가 국채 매입에 나선 이후에도 유로화 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17일엔 달러/유로 환율이 2006년 이후 최저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달러를 상대로 한 유로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4% 하락했다.
HSBC의 외환 투자 책임자 데이빗 블룸은 이와 관련, "그리스 위기 이전 유로화는 독일 마르크화의 다른 모습으로 인식됐지만 국가부도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로화의 위상은 그리스 드라크마화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의 유로화 약세에 대해 ECB의 중재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개입에 반대하던 ECB가 국채 매입에 나섰다는 점은 유로화 안정을 위한 새로운 토대가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앙은행과 같은 장기 투자자들이 유럽 국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특히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국채 매입이 기대했던 성과도 없이 ECB 내 갈등만 강화했다는 비판적인 분석도 있다. 국채 매입 결정 당시 ECB 집행부는 유로화 안정을 위해 국채를 사들여야 한다는 쪽과 가격 안정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ECB 정책위원인 에발트 노보트리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독일 대표가 회의 당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에 ECB는 국채 매입에 들인 165억달러를 거둬들이기 위해 곧 같은 규모의 1주짜리 기간 예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한편 야오 지안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유로화 약세로 인해 중국의 달러 페그제 개혁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야오 대변인은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라 중국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절상됐다면서 이로 인해 자국 수출업체들의 환율 부담이 가중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