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습' 서구 연합군의 3가지 미스터리

'리비아 공습' 서구 연합군의 3가지 미스터리

권성희 기자
2011.03.21 07:31

佛, 외교·경제적 실리 공습 주도… 美는 "또 전쟁" 부담

서구 연합군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해 군사행동에 나섰다. 외신들은 이번 군사작전이 3가지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2003년 이라크 공격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프랑스가 공습을 주도했다는 점, 둘째, 미국은 공습 결정에 마지못해 뒤따라가는 입장이었다는 점, 셋째, 서구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랍 국가들이 이례적으로 군사행동을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우선 유엔 안보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리비아를 비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지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서구 연합군의 공습이 이뤄진 데는 프랑스의 주도적인 역할이 있었다.

카다피는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뒤 휴전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반군의 마지막 거점인 벵가지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19일(현지시간) 각국 정상과 외교장관, 국제기구 수장 등 22명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주도한 것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프랑스, 외교·경제적 실리 챙기며 공습 주도

이날 점심을 이용한 프랑스 파리의 긴급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긴급 회의가 끝난 뒤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군사행동에 합의했으며 프랑스 전투기는 이미 이륙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확실히 다른 대응이다. 당시 프랑스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으며 미국은 유엔의 승인 없이 영국과 함께 이라크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프랑스 식민지가 많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외교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정치적 의도와 리비아에서 석유를 생산하던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이 철수한데 따른 손실을 줄이려는 경제적 실리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군사조치가 늦어지면 카다피가 벵가지에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해 프랑스 옛 식민지인 르완다에서 일어났던 대량학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르완다 학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10일 리비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과도 국가위원회의 대표 2명을 만난 직후 과도 국가위원회를 "리비아 국민들의 대표하는 합법적인 기구"로 인정한다고 공표했다. 프랑스가 아랍 국가들이 지지할 경우 리비아에 대한 공습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한 날도 이날이다.

美, 아프간과 이라크 이어 또? 난감

반면 미국은 주도권을 잡은 프랑스, 리비아 공습을 적극 지지하는 영국에 비해 오히려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했을 뿐 아니라 두 지역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며 두 전쟁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심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14일 클린턴 장관을 만나 국제사회가 리비아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클린턴 장관은 전쟁은 위험하고 유혈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결국 프랑스가 앞장선 리비아 공습에 동참한 이유는 아랍 세계를 휩쓸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서 프랑스와 영국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와 리비아에서 대량 학살이 발생할 경우 자국 이해 때문에 반인륜 범죄를 모른척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아랍 국가의 한 외교관은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자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르완다 비극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아랍 국가, 대량학살 반감..유엔 결의안 지지

미국이 결정적으로 이번 공습에 동참하기로 한데는 아랍 국가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대이슬람 전투를 펼치고 있다는 인식이 일부 형성되고 있는데 대해 부담감을 느껴왔다.

이와 관련, 나와프 살람 유엔 주재 레바논 대사는 "미국이 공습에 참여하려면 적극적인 아랍 국가들의 참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공습에서 세번째 이례적인 현상은 아랍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다.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에 리비아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57개 이슬람 국가들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는 리비아를 비행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유엔 결의안이 상정되자 회원국들에 지지를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UAE), 요르단 등은 공습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랍 국가들의 이같은 지지는 이슬람 영역 내에서 대량 학살 사태가 발생하는데 대한 거부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리비아에 대한 이번 공습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표현을 빌자면 "아랍 국가들과 유럽, 미국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연합군의 대리비아 공습이 시작된 후 "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비행금지구역을 제정한 목표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리비아 시민들이 보호받길 원하는 것이지 또 다른 시민들이 폭격 당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무사 사무총장은 리비아에 대한 공습이 결정된 19일 프랑스 파리의 긴급회의에 직접 참석했기 때문에 그의 비판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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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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