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당시 각광... 서브프라임·유로존 위기 등 책임론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트 앤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을 계기로 신용평가사의 역할과 위상이 새삼 관심을 모은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국제 금융시장 내에서 이들의 권위는 '무소불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국가나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내리거나 아예 막혀버리니 가히 저승사자로 불릴 만 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97년 외환 위기 당시 이들의 매운 맛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랄까? 도를 넘는 위세에 비판의 목소리도 고조된다. 특히 금융위기를 거치며 사태의 공범, 도덕적 해이, 면피성 조치라는 논란과 비난이 잇따르며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미국 평가 역시 대표적인 뒷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 채권 평가에서 시작=S&P의 역사는 1860년 헨리 바넘 푸어가 미 철도회사들의 재정상태 등을 담은 ‘미 철도와 운하의 역사’라는 책을 출판하면서부터 비롯됐다. 1906년에는 비철도 기업의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스탠다드 스태티스틱스가 설립되는데 양사는 대공황 직전 적절한 블루칩 투자 경고로 명성을 얻었다.
1941년 두 회사는 드디어 합병을 결정, 오늘날의 S&P가 탄생했다. S&P는 현재 세계 60여개국의 경제와 재정운용, 공공부채 등 다양한 투자환경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500개사의 주가를 도출하는 S&P500 지수는 미 증시 동향의 척도다.
무디스는 1909년 존 무디가 설립한 회사로 200개 미 철도 채권에 대한 등급을 발표하면서 시작을 알렸다. 1924년 무디스는 미국 채권시장 평가의 거의 100%를 담당했는데 당시 ‘무디스 추천 채권만이 이익’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무디스의 전세계 신용평가 시장 점유율은 40%로 주요 주주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등이다.
피치는 1913년12월 존 놀스 피치에 의해 설립된 후 1997년 영국의 IBCA, 2000년 미 시카고의 더프 앤 펠프스 신용평가사, 토마스 뱅크워치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뉴욕과 런던에 이중 본사를 두고 있으며 S&P나 무디스보다 시장점유율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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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전성기는 75년부터 시작됐다. 오일쇼크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은행, 증권사의 안정성을 평가해야 했는데 이들 3사에게만 국가공인통계평가기관(NRSRO)의 지위를 주고 투자적격 등급을 평가하게 하면서 이들은 날개를 달았다. 국가도 국채를 발행하려면 신평사 빅3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무소불위의 권력은 이렇게 탄생했다.
◇불공정· 뒷북 평가=하지만 지나친 권력은 양면의 칼이었다. 무엇보다도 금융위기를 경고 못한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나아가 위기를 초래한 음모의 적극적 가담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디스 등은 서브프라임급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적격 최고등급을 부여하며 CDO 투자결과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월가의 대형기관과 함께 신평사들도 위기의 진상을 캐는 의회 청문회에 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필 앤젤리데스 미 연방 금융위기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월 청문회에서 “무디스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증권중 89%가 하향조정 되어야 한다”며 신평사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최근에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조장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사태발발 반년이 지난 지난해 4월 '갑자기' 정크 수준으로 낮추며 가라앉던 위기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때문이다. 미국계 신평사를 아예 유로사태를 악화시킨 '이리떼'중 하나로 취급하는 유럽연합(EU)은 현재 자체 신평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체제 편입을 거부하는 중국 또한 자신들의 신평사 '다공'을 설립했다. 미국 주도의 질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다공은 지난해 이미 미국의 신용등급을 A+로 강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