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vs신평사, '신경전→전면전' 2라운드

유럽vs신평사, '신경전→전면전' 2라운드

조철희 기자
2011.07.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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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프렌치플랜'에 찬물, 무디스는 포르투갈 등급강등…유럽, 강력반발 "신평사가 미쳤다"

그동안 국제신용평가사들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내비쳤던 유럽의 입이 다시 거칠어졌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가 이틀 연속 유럽에 치명적인 평가들을 내놓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반발이 확산됐다.

프랑스 AFP 통신은 "유럽이 그리스 추가 지원 협의 등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나온 분노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지난 1년여 유럽 국가부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위기를 심화시킨 장본인으로 투기세력과 함께 신평사를 꼽은 유럽과 신평사간 '2라운드' 신경전이 본격화된 셈이다.

앞서 S&P는 지난 4일 그리스 채무위기와 관련해 프랑스가 제안한 민간의 자발적 만기연장(롤오버) 참여 방안을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간주하겠다며 그리스의 신용등급은 '선택적 디폴트'(SD)로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5일에는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4단계나 내려 정크등급으로 강등했다. 추가 구제금융이 불가피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거칠어진 유럽의 입= 6일 EU 주요 인사들은 작심한 듯 신평사들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유럽을 이끄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신평사들이 무슨 결정을 하든 스스로를 믿자"고 말했다. 유럽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럽 기관과 유럽세가 강한 국제통화기금(IMF)을 지목하며 "우리만의 평가의 자유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C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무디스의 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은 시기와 정도 면에서 매우 유감"이라며 "또다른 불확실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데우 알타파즈 EC 대변인도 시기 문제를 언급했다. 그리스 문제가 해결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데 신평사들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그는 신평사들의 '예지력'에 문제가 있다고 비꼬았다.

일선 장관들의 입은 더 직설적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주적'을 명시해 비판했다. 그는 "미국 신평사들의 독과점을 깨야 한다"며 "그들의 권력을 무너뜨리고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타브로스 람브리디니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자기 스스로 예언을 현실로 만들려는 광기"라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럽과 신평사의 관계 악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크레디트뮤추얼CIC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보여주듯 유럽과 신평사들의 대결은 더 거칠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채무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롤오버 등의 그리스 문제 해결 방식에선 신평사들의 평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럽, 너나 잘해"=유럽의 공세에 신평사들은 일단 원론적 대응을 하는데 그쳤다. S&P는 "독립적으로 일관된 관점에서 신용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무디스 역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곧 유럽 국가들에 대한 추가적인 등급강등 등을 통해 전면적 반격에 나설 것 가능성도 있다.

사실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은 신평사들에 별 이익이 없다. 그러나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 된다. 기업 신용등급 평가는 수익이 높은데 이 사업을 각국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지키는데 방어벽을 쌓을 수 있다. 신용등급으로 기업은 물론 국가도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 전문가들은 유럽이 신평사들과 대항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빅3 신평사들에 대한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럽은 신용등급 강등을 막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신평사를 견제하려는 것이 오히려 신평사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꼴이라며 유럽 스스로 신평사들에 역할을 인정하고 그 영향력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명분과 효과가 모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유럽에선 중앙은행들마저 이른바 '등급쇼핑'에 연루됐고 새 자본 규제 방안인 바젤Ⅲ도 신용등급에 기반해 자본확충을 규정하는 등 신평사들의 신용등급은 유럽에서 중요하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프렌치 플랜에서도 신용등급이 조건의 일부로 등장한다.

또 일각에서는 유럽의 이번 반발은 신평사들의 추가적인 등급 강등이나 부정적 평가를 막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프렌치 플랜에 대해 아직 무디스만 평가를 내리지 않았는데 무디스의 부정적 평가를 막기 위한 일종의 '공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ECB는 S&P의 그리스에 대한 선택적 디폴트 등급 부여 방침 공개 이후 빅3 신평사 전부가 디폴트 등급을 부여하지 않는 한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꼼수'를 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불확실성과 혼란만 심어준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은 신평사들의 독과점이 사라지길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좀 더 잘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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