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IMF 총회 폐막, 협력 강조했지만 방법 두고 각국 입장차
유로존 위기가 미국 등 선진시장은 물론이고 신흥국까지 타격을 주며 글로벌 악재로 등장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23-24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차총회를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앞서 22일엔 주요 20개국(G20), 중국 등 브릭스(BRICS) 5개국도 워싱턴에서 잇따라 재무장관 회담을 열었다.
주요국 경제수장들은 위기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과 IMF의 자산증액과 같은 구체적 방안을 놓고선 미국과 유로존, 또 미국과 중국이 온도차를 확인했다.
IMF는 24일 총회 폐막 공동성명에서 "세계 경제가 위험한 국면(a dangerous phase)에 진입했다"며 "이는 IMF와 그 회원국들에게 특별한 주의와 조율, 대담한 행동을 위한 준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IMF 운영기구인 국제통화재정위원회(IMFC)가 채택한 이번 공동성명은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재정적자, 취약한 금융 시스템, 높은 실업률, 둔화된 경제성장 등을 지목하고 개별국보다는 여러 나라들의 공조된 회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신뢰와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고 경제성장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강력한 행동(strong actions)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C 의장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위기 고조를 방지하는 데에는 개별 국가의 해법이 아니라 오직 집단행동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IMF는 유럽 위기와 관련 "유럽 국가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유로존은 물론 그 회원국 차원에서 재정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유럽 국가들이 EFSF의 유동성을 늘리고 그 영향을 극대화하며 유로존의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가이트너 등 유럽에 전방위 압박= IMF의 성명에서 보듯 이번 총회에선 유로존의 채무위기와 그 해법이 최대 화두였다. 유럽이 위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다른 나라들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매우 강경한 어조로 유로존 정부들이 유럽중앙은행(ECB)과 협력(team up)해 은행들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FSF 기금을 레버리지로 활용, 지금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유럽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전이될 경우 적어도 2조 유로가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오지만 현재 EFSF 기금은 4400억 유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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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트너 장관은 "디폴트의 공포, 뱅크런, 파국적 리스크를 논의 테이블에서 치워야 한다"며 "위기가 더 심각해질 때까지 결정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낮은 만큼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추가 완화를 실시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유럽의 위기가 신흥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유럽 주변부를 넘는 위기의 확산을 막는 것은 유럽 정책결정자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유럽위기의 조속한 해결을 강조한 것은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의 3대 기관(트로이카)인 IMF, ECB, EU는 그리스의 자구 노력을 문제 아 6차분 지원금 80억 유로의 집행을 미룬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익스포저가 많은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깎이고 다음번 채무위기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마저 강등되자 공포는 전방위로 확산됐다. 지난 한 주간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가 6.4%, S&P500 지수가 6.5%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연출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는 7.3%, 독일 DAX30 지수는 6.7% 떨어졌다.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도 홍콩 항셍지수 9.2%, 한국 코스피지수 7.7%, 상하이 종합지수 1.9%의 주간 낙폭을 각각 기록했다. 아시아 통화가치는 일제히 급락, 달러 대비 환율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의 돈줄' 獨 미지근= 이처럼 금융시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정작 유럽 측은 잇따른 워싱턴 회의에서 신중론으로 일관했다. 특히 유럽의 경제대국이자 EFSF 최대 출연국인 독일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ECB 집행위원회의 독일 위원인 패트릭 호노한은 EFSF 기금 활용과 관련 "공공 재원을 공짜 점심으로 만드는 것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각국이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먼저라며 유로존의 공동채권(유로본드) 도입에도 거듭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올리 렌 유럽위원회(EC)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EFSF 기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화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로존 17개 회원국이 다음달까지 EFSF 관련 변화 조치를 비준한 뒤에나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독일 하원이 오는 29일 EFSF 증액을 위한 표결을 실시하는 등 각국이 관련 법안을 마무리하기까지 EFSF의 추가활용 방안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BRICS 구원투수 등판 물거품=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신흥국 대표주자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마찬가지다. 워싱턴에서 브릭스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기 전만 해도 이들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 유럽 국채를 사들여 유럽위기의 소방수 노릇을 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브릭스 회의는 실망만 안겼다. 브라질이 유럽위기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인도는 자국의 빈곤 해결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유럽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유럽 위기에 대한 브릭스의 공조는 물거품이 됐다.
이들의 공동성명은 "필요한 경우 각국의 여건에 맞춰 IMF를 통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수준에 그쳤다. 하나의 이름으로 표현되지만 정치경제 환경은 물론, 국제 현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던 5개국이 재차 이질성을 확인한 셈이다.
◇IMF 자산증액 美-中 입장차= 한편 주요국은 IMF의 자산 증액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확인했다.
IMF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문제가 유럽 다른 나라나 그 바깥으로 확산될 경우 현재의 IMF가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본 확충 여부를 다음번 연차총회가 열리는 내년 4월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틴 가라르드 IMF 총재는 "현재 4000억달러의 대출 능력은 취약 국가들의 잠재적 필요보다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IMF의 재정 자원이 잠재적 부채위기 국가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IMF 최대 기여국인 미국이 이 방안에 부정적이어서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초 입수한 IMF 내부 자료에 따르면 IMF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8400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