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듀 2011년 글로벌 금융시장

[기자수첩]아듀 2011년 글로벌 금융시장

권다희 기자
2011.12.26 13:25

올 한 해는 여느 때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사실 '다사다난' 이란 수식어는 금융위기가 본격화 된 2008년부터 매년 금융시장을 장식했지만 올해는 쌓여있던 문제들이 예상치 못한(또는 예상했으나 어쩔 수 없었던) 경로들로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나갈 줄 알았던 문제들이 불행히도 단지 시간에 맡길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로 자라났다는 걸 확인해야 했다.

미국이 장기채권 등급, 이른바 국가신용등급에서 가장 높은 트리플A를 잃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부가 인도네시아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돈을 빌려야 했다. 유럽 2위국가인 프랑스를 위시해 유로존 웬만한 국가들이 일제히 신용등급 강등 압력에 처했다. 불과 1~2년 전 '더블딥'은 비관론자들의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 중 하나로 여겨졌으나 현재 유럽 등 일부 경제권에서는 현실이 됐다.

외국 경제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 중 하나가 역대 저점(record low), 역대 고점(record high)이었던 게 이해되는 배경이다. 프랑스 국채 가격 하락으로 프랑스와 독일 국채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확대됐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는 역대 최저로 하락했다. 안전자산 도피로 달러 대비 엔 가치가 2차 대전 후 고점으로 치솟았다.

최고, 최저와 더불어 빈번하게 등장했던 단어는 바로 교착상태(gridlock). 미국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연방 정부 채무 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교착상태를 이어갔고,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위기 해법을 두고 독일과 프랑스가 대척점에 섰다.

교착상태와 사상 최고, 최저는 그러고 보면 인과관계로 맞물린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부각된 리스크 중 하나가 정책적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다.

유럽 사태가 일파만파가 된 데는 유럽 국가들 간 이해상충이 합의를 가로막았다. 위기를 타개할 대책 제시가 지연되며 시장 불안감도 확대됐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돈 갚을 능력 자체가 문제인 그리스야 그렇다 쳐도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지급능력이 아닌 유동성이 위기를 겪는 국가의 상황은 시장을 불안하게 한 정치적 요인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정치권도 장기적 공공부채 문제가 미 경제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에 무감각해질 대로 무감각해졌다. 적자 감축을 위해 비장하게 결성됐던 초당적 기구인 수퍼위원회는 결국 아무것도 못한 채로 해산했다. 미 정부도 언젠가는 지금처럼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리는 게 불가능해질 테지만 아직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는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2012년 마지막 페이지의 수식어는 올 한 해 불거진 수많은 문제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