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리쥔 사건'과 보시라이 서기의 신삼국지

中 '왕리쥔 사건'과 보시라이 서기의 신삼국지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2.02.15 14:43

[차이나 워치]보시라이(薄熙來) 서기 겨냥한 영사(影射)? or 적군 가려낼 양모(陽謀)?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는 ‘왕리쥔(王立軍) 사건’을 극복하고 9명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으로 선임될 수 있을까. 아니면 ‘왕리쥔 사건’에 좌초돼 지도자 경쟁대열에서 탈락할까.

심복이었던 왕리쥔 충칭(重慶)시 부시장으로부터 ‘최대의 간신’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보시라이 서기가 최대의 정치적 시련기를 맞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이 보 서기를 조사하기로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탓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보 서기에 대한 조사를 다음달 3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양회(兩會, 전국대표회의와 정치협상회의) 전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 서기는 ‘왕리쥔 사건’이 불거진 이후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9일에는 윈난성을 방문했고, 11일 저녁에는 충칭에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를 만났으며, 12일에는 충칭시 상임위원회를 주재했고, 13일에는 저우티에농(周鐵農) 전국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회견했다. 홍콩의 밍빠오(明報)가 “보 서기가 9일밤,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지도자들을 만났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체적으로 보 서기가 ‘왕리쥔 사건’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6년 전에 비리혐의로 구속돼 18년 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시 당서기처럼 형사처벌까지 받지는 않겠지만, 오는 10월에 열릴 예정인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전당대회)에서 9명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명으로 선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중국 정치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한 전문가는 “‘왕리쥔 사건’의 성격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시라이 서기의 향후 정치생명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분석하기 쉽지 않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왕리쥔 사건이 영사(影射)인지 아니면 양모(陽謀)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영사(影射)란 상대방의 우두머리를 공격할 때 우두머리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그 밑의 심복을 공격함으로써 우두머리를 간접적으로 겨냥하는 것을 가리킨다.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이 상대방 우두머리를 직접 공격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큰 싸움으로 번져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2인자를 공격함으로써 실제로 우두머리를 공격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상임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청단과 태자당 및 상하이방 등이 ‘왕리쥔 사건’을 통해 보시라라이 서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게 영사론(影射論)의 골자다. 상당수의 중국정치 분석가들이 이런 추론에 동의하고 있다.

반면 양모론(陽謀論)도 제기되고 있다. 양모(陽謀)란 음모(陰謀)의 반대말로, 주도 세력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드러내놓고 책략을 펼치는 것을 가리킨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1960년대 초, 문화대혁명을 시작하면서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양모다. 당시 백가쟁명을 통해 공산당과 마오 주석 등을 포함한 지도부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하도록 했다. 당시 백가쟁명의 목적은 내편과 상대편을 가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으며, 편가르기가 끝나자 상대편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이뤄졌다.

후진타오 주석에 이어 차기 주석으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실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측)이 강한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누가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고 누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가려내기 위해 이번 ‘왕리쥔 사건’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양모론(陽謀論)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왕리쥔 사건’이 영사가 될지, 아니면 양모가 될지는 공청단과 태자당 및 상하이방의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合縱連橫)과 정치투쟁의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사로 결론나면 보시라이 서기의 정치생명도 위험할 것이고, 양모로 마무리되면 정치생명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은 지난 6일, 쓰촨(四川)성의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에 가서 하루를 머문 뒤 7일, 영사관을 떠났다. 당시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에는 쓰촨성 경찰과 충칭시 경찰이 장갑차까지 동원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충칭시 경찰은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이 지휘했으며, 황 시장은 왕 부시장을 충칭으로 압송하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당 중앙에서 보시라이 서기에게 전화를 해서 국가안전부 요원이 왕 부시장을 베이징으로 후송, 당중앙의 기율위원회에서 왕 부시장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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