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절벽 매달린 美, 합의가 끝이 아니다

[기자수첩]절벽 매달린 美, 합의가 끝이 아니다

권다희 기자
2012.10.04 14:34

연말이 다가올 수록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어찌 보면 이만큼 중대한 사안이 이제야 부각되는 게 의아할 정도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급박하게 불거졌던 데도 원인이 있고, 대선을 목전에 둔 미 정치권에서 어느 쪽에도 이득 될 것 없는 재정절벽 이슈를 가급적이면 공론화하지 않기 원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내년 1월부터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마련된 감세 등 여러 세제 혜택이 동시에 종료되고, 10년간 약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출 자동 삭감이 함께 진행된다. 감세와 정부지출 삭감이 대규모로 동시에 발생하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재정절벽'이다.

올리비에 블랑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은 유럽 문제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미국 역시 재정 문제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초당파적 기관인 미국 세금정책센터(TPC)가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절벽에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내년 미국인들이 지불하는 세금은 총 5360억 달러, 가구 당 3500달러 증가하게 된다. 가계 당 세후 소득을 6% 줄이는 전례 없는 세금 인상이다. 이 결과도 정부 지출 자동 삭감은 제외하고 세제 변경만을 반영했을 때의 영향을 추산한 것이다.

도널드 마론 TPC 소장은 "임시 세금감면안이 누적됨에 따라 재정절벽이 꽤 복잡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2001년, 2003년 발효된 부시 정부의 감세안 만료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정부의 급여 세 감면 혜택 종료,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건강보험안에 따른 자본이득에 대한 새로운 과세 등 복합적인 세제 변경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민주·공화 양당 모두 재정절벽을 원하지 않으나 이를 피하는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모든 세금감면안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가계에 대한 부시 세금감면안은 연장하지 말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바마-롬니 간 첫 TV 토론에서도 예상대로 세제 개편문제가 가장 뜨거운 도마에 올랐다.

물론 미 의회가 재정절벽을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대선 후 민주당과 공화당은 ‘어느 정도’의 지출감축과 세금인상에 합의할 것이고 최악의 재정절벽에 부딪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합의'가 끝은 아니다. 미봉책으로 덮어둔 시간동안 문제가 더 자라난다는 걸 유럽 사태가 충분히 보여줬다. 미 국채를 대체할 자산이 없어 미국 정부가 여전히 낮은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다는 '피할 길'이 미국을 더 거대한 암초로 이끌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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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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