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변, 트럼프 당선]불법이민 반대 공약에 불안감 확산..우려 목소리도 높아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엄마와 살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린 (히스패닉계)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민주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한 재미교포의 말이다. 그는 9일 "히스패닉계 직원들의 걱정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한 뒤 "아직은 농담처럼 던지고 있지만 쫓겨날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멕시코 등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 서부지역에선 트럼프의 불법이민 반대 공약과 관련해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또다른 교포도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기 시작한게 얼마되지 않았다"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5년마다 돌아오는 면허 갱신 때 이를 불허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을 두고 당혹스런 결과라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금융사 직원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실망감이 크다"며 "트럼프의 리더십이 미국을 이끌어나가기 충분한지 의구심이 들고, 거침없는 성격과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불거진 도덕성 문제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직원도 "트럼프의 승리는 최근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 세계화주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조차 어렵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를 키워준 언론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위치한 한 투자회사의 펀드매니저는 "시청률과 광고비 등을 의식한 언론들이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욕을 하면서도 트럼프를 키워줬다"며 "결과적으로 돈벌이에 트럼프 이미지를 활용한 게 예상치 못한 선거를 만든 셈이 됐다"고 힐난했다. 트럼프는 미국 NBC 프로그램인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Apprentice)'를 진행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아울러 힐러리에 대해서도 "좋은 측면에서 보면 국정 경험이 많은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도 있지만 민주당원들에게도 식상한 이미지가 강하다"며 "힐러리 자체가 인기가 없었다는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지면서 펜실베이니아 주와 캘리포니아 주, 오리건 주, 워싱턴 주, 뉴욕 주, 매사추세츠 주, 일리노이 주, 메인 주 등 미국 전역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트럼프 당선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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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주의 뉴욕에서도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트럼프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뉴욕과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의 트럼프빌딩 인근에서 시위대는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여러 논쟁거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100여명의 시민들은 트럼프 모습을 한 인형을 불에 태우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백악관 앞에서는 클린턴 지지자 수천명이 모여 패배의 슬픔을 나누는 촛불 시위를 했다.
한편 일각에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금융사의 마케팅담당자는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필리핀의 두테르테가 대표하듯 전 세계적인 고립주의 추세는 이미 여러 번 증명됐기 때문에 이번 트럼프의 당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트럼프의 정책이 전 세계에 가져올 파장은 여전히 불확실하긴 하지만 브렉시트 때와 같이 한달에서 두달 전후로 다시 글로벌 증시의 반등이 있을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 의류업체 사장은 "신분없는 이민자들은 크게 술렁이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세금 측면에서 민주당보단 공화당이 정권을 잡는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이 잘하지 못해 실망한 국민들이 많다"며 "트럼프 개인보다는 공화당 정책에 동조해 변화를 원한 유권자들의 표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