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한국에 손 내미는 중국

[특파원칼럼] 한국에 손 내미는 중국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5.02.11 04:01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 개막한 지난 7일 하얼빈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국회의장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 개막한 지난 7일 하얼빈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국회의장실

1. 중국관료나 관변교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재선 이후 하나같이 했던 말이 "사실 트럼프가 대하기 더 쉽다"였다. 불확실성의 대명사 트럼프가? 중국 특유의 허세려니 했는데, 취임과 동시에 벌어지는 미중 관세전쟁을 보면 비로소 함의가 읽힌다. 트럼프의 대(對)중국 전략이 선명하다. 그러니 중국의 대미국 전략도 좌고우면 고민할 필요 없이 선명하게 세우면 된다는 거였다.

겉보기엔 트럼프가 먼저 때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받아쳤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중국도 준비 중이었다. 미국이 대중국 관세 10%포인트 인상으로 판을 열자 중국도 원자재 등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5% 관세를 때렸다. 압도적 대미 무역흑자(작년 추정 약 568조원)를 감안하면 관세는 별 타격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중국이 준비한 돌주먹은 바로 전략광물이라고 봐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이차전지) 소재이자 첨단 우주항공 핵심 소재인 텅스텐의 중국 점유율은 잘 알려진대로 80% 이상이다. 인듐(70%), 비스무트(80%), 텔루륨(75%)도 마찬가지다. 품질과 공급 안정성 면에서 중국 외 대안이 없다. 중국은 이미 2023년부터 전략광물 수출 통제 준비를 해 왔다. 작년엔 안티모니(안티몬) 대미 수출을 막자 가격이 250%나 치솟기도 했다.

2. '군주론'엔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가상의 적을 설정하거나 전쟁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표현만 다르지 손자병법이나 한비자 등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외부에 강한 적이 탄생하면 대응하기 위해 내부는 자동으로 뭉친다. 시진핑 3기 집권과 경제부진 속에 위기감이 커지던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는 때마침 나타나준 강적이다.

철옹성처럼 보이는 시진핑 3기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군부 내 불만세력 암약설이나 중국 정치원로들의 시진핑 보이콧 설이 끝없이 제기된다. 비위가 포착된 군 고위 간부들이 이전처럼 단순한 극단적 선택에 그치지 않고 조사요원과 총격전(작년 가을)을 벌이는 등 적극적 저항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에 중국 전문가들은 특히 주목한다.

또 사회 동요는 보통 먹고사는 문제에서 직접적으로 터진다. 시 주석이 그간 중국의 집값 하락에 동요치 않았던건 여러채 집을 가진 부자들은 그의 핵심 지지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럭저럭 먹고살며 푼돈이라도 저축하던 서민들 살길이 막막해지면? 비난이 권력 최고위층을 향할 수밖에 없다. 서민 지지 없이는 시진핑도 없다. 이런 골치 아픈 시기에 중국을 밖에서 후려쳐 준게 바로 트럼프다.

3. 트럼프가 준 위기이자 기회를 중국은 십분 활용할 모양새다. 중국 관변교수들이 지난 연말부터 해 온 "트럼프는 철옹성같은 친미 동맹을 스스로 해체시킬 것"이라는 말이 저주로 남을지 예언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건 중국의 대 트럼프 전략이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모두 포함해 설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10일 철강재 등 핵심 수입품목에 추가 관세부과 계획을 깜짝 공개했다. 불똥이 우리나라에도 튀기 시작했다. 중국은 한미동맹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냥 되는 건 없으니 한국에 유리한 카드들을 준비했을 터다.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 방중과 예상치 못했던 시 주석과 회동은 중국의 구상을 잘 보여준다. 한 현지 교민은 "시 주석이 먼저 와 우 의장을 기다려 깜짝놀랐다"고 했다. 냉랭한 한중관계를 생각하면 놀랄 만하다. 면담 테이블에 꽂힌 꽃들은 강한 의지(극락조화), 존중(난초), 협력(국화)을 의미한다고 한다. 디테일을 절대 놓치지 않는 중국 의전인 만큼 이 역시 메시지를 담은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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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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