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돌아올까 두려워"…트럼프 '가자 구상'에 겁먹은 주민들

"못 돌아올까 두려워"…트럼프 '가자 구상'에 겁먹은 주민들

이영민 기자
2025.02.12 14:17

요르단 "어린이 2000명 수용…주민 이주는 반대", 이집트 "주민 이주 없는 재건 제공할 것"

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자발리아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가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지역에 텐트를 치고 그 주변에 모여 앉아 음식을 만들고 있다. /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자발리아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가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지역에 텐트를 치고 그 주변에 모여 앉아 음식을 만들고 있다. /AP=뉴시스

"떠나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까 봐 두렵습니다. 여기는 제 고향입니다."

가자지구 텔 알-하와 지역에 사는 47세 남성 샤칼레는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을 잃은 그는 휴전이 확정되면 가족과 이집트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으나 최근 취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주민 영구 이주" 발언이 그의 마음을 바꿨다.

샤칼레는 "아이들의 안전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떠나고 싶었지만 트럼프의 발언 이후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집이나 땅을 외국 회사에 팔고 고국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트럼프의) 구상을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나는 고국 땅에 깊이 뿌리 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소유·개발하고 주민을 내보내겠다는 구상을 재확인한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은 트럼프의 구상에 반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자지구에 사는 40세 남성 지하드는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해결책은 필요하다"며 "우리 지도자들, 하마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사는 나데르 이맘은 "트럼프는 사람들을 떠나게 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소유하려는 거냐"며 "그의 발언은 잔혹하다"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재개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이유로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연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인질을 풀어주지 않으면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사는 조마 아부 코쉬는 폐허가 된 집 옆에서 "우리가 이미 겪은 것보다 나쁜, 살인보다 나쁜 지옥을 만들겠다는 거냐"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여성 사미라 알사베아는 "우리는 굴욕을 당했고, 길거리 개들은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며 "트럼프가 가자지구를 지옥으로 만드는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만나 가자지구 주민의 요르단 이주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요르단은 애초 트럼프의 구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상태인 어린이 2000명을 가능한 한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요르단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뒤 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에는 반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며 "이것이 통일된 아랍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지 않고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끔찍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해결하는 일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르단과 함께 새 정착지로 거론되는 이집트도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들의 땅에 머물 수 있도록 보장하는 '포괄적 제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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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국제부에서 세계 소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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