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의 무서움

[특파원칼럼]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의 무서움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5.05.15 04:04

정치권력 교체 없이 핵심산업 지속 추진하는 중국...우리 새 정부도 신중히 옥석 골라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다. 2025.03.04  /AFPBBNews=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다. 2025.03.04 /AFPBBNews=뉴스1

1. 지난 3월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인대·정협)가 종료된 후 얘기다. 주중대사관 소속 경제관료들과 자리에서 전인대 핵심 순서인 중국 총리의 연간 업무보고가 화제가 됐다. 올해 계획을 보고하는 건데, 공통의 평가는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작년 재작년 발표됐던 정책과제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선순위만 달라졌을 뿐 올해도 똑같이 있더라는 거다.

말 그대로 '뉴스(news)'가 없는 발표다. 기자들이 하는 말로는 '주제'가 없다. 눈에 확 띄는 제목을 뽑을 수 없으니 난감하다. 그 얘기를 듣던 한 관료가 말했다. "새로운 것이 없는 게 진짜로 무서운 겁니다."

한국은 어떤가. 새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새 국정과제를 선정한다. 새 대통령이 새 장관을 임명하면 그는 업무보고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새 정책을 요구한다. 좋은 새 정책은 반길 일이지만 문제는 그 좋은 새 정책들보다 앞에 있었던 이젠 새롭지 않은 정책들이다. 이것들은 뒤로 밀린다. 몇 년 내에 성과가 났다면 다행이지만 큰 정책일수록 곧바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을 다들 안다.

2. 트럼프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미·중 양측의 1차 합의로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7년 전에 벌어진 1차 관세전쟁과 올해 벌어진 2차 관세전쟁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칼자루를 든 건 트럼프요, 방패를 든 건 시진핑이다. 공산품과 농축산물 관세로 옥신각신하다가 합의했다. 첫 번째 달라진 점은 시진핑이 든 게 방패만이 아니었다는 거다. 미국이 때릴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칼로 받아쳤다.

그냥 받아친 게 아니라 아픈 구석을 정확하게 알고 찔렀다. 대두 등 미국 농축산품에 관세를 매기고, 미국이 또 관세를 올리자 미국 기업 제재를 구체화하는 한편 희토류(전략광물) 수출을 막아버렸다. 막판 트럼프가 두 차례에 걸쳐 관세를 145%까지 올리는 등 폭주하자 기다렸다는 듯 125%까지 맞불 관세를 때렸다.

이런 대응은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다듬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고, 한 때 70%가 넘던 미국산 대두 수입을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하고, 미국이 압도적 1위였던 수출대상국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EU(유럽연합)로 분산시켰다. 수 년간 산업구조 전체를 바꾸면서까지 미국과 관세전쟁을 준비해 왔다는 거다.

그 결과가 두 번째 달라진 점을 불러왔다. 2차 관세전쟁이 1차에 비해 훨씬 빨리 끝나가는 분위기라는 거다. 3차 관세전쟁이 또 벌어진다면, 중국이 받아칠 칼은 더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3. 새로울 것 없던 양회의 진짜 무서운 점은 중국의 연속성이다. 중국 정부는 바이오·양자기술·6G통신·AI(인공지능)·상업우주항공, 저고도경제(무인택시)·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벌써 수 년째 똑같다. 우리도 한 때 국정과제 격으로 밀었던 수소도 그렇다. 한국선 탄핵당한 직전 정부에서 거의 금기가 됐는데 중국에선 '수소에너지 산업발전 중장기계획'(2021~2035)이 금과옥조다. 한국도 수소산업의 헤게모니를 다툰다고 하면 중국 사람들은 듣고 웃는다.

시진핑 3기 출범(2022년) 이후 몇 년 되지 않았는데, 벌써 4기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는 더 일관되고 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권력교체가 없다는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전략을 세워 맞서야 한다. 6월 대선을 통해 들어설 새 정부가 새로운 그림을 그리되 산업 측면에서 이어갈 것은 이어가는 신중한 옥석가리기를 해야 한다. 여러 각도로 한국을 압박해오고 있는 중국은 내년 양회에서도 별다른 새로운 것을 내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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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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