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보다 라부부"…'괴기한 얼굴' 키링 불티, 그 뒤엔 '불편한 진실'[트민자]

"샤넬보다 라부부"…'괴기한 얼굴' 키링 불티, 그 뒤엔 '불편한 진실'[트민자]

정혜인 기자
2025.08.24 08:02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사진=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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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중국 완구업체 팝마트(Pop Mart)의 '작은 괴물' 라부부(Labubu) 매력에 반응하고 있다. 라부부 인기 제품은 출시 즉시 완판되고, 리셀(재판매) 시장에서는 정가 대비 수십 배 오른 가격에서 거래되는 등 자본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열된 인기만큼 라부부 열풍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인기 배경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 룽(Kasing Lung)의 그림책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캐릭터 중 하나로, 큰 귀와 눈 그리고 뾰족한 이빨 등으로 다소 괴기스러운 모습을 지닌다. 2015년 처음 등장한 라부부는 당초 수집가들에게만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4월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소셜미디어(SNS) 라부부 키링이 달린 가방과 라부부 인형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2일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라부부를 단 가방사진을 보여달라는 게시물'에 316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진=레딧
22일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라부부를 단 가방사진을 보여달라는 게시물'에 316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진=레딧

SNS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가방에 라부부 키링을 매달고 인증사진을 올리는 게시물이 넘쳐났다. 일부 소비자는 샤넬 백보다 라부부 키링을 사기 어렵다며 라부부의 가치를 명품 가방보다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라부부 관련 게시판은 20개가 넘는다. 이 중 한 게시판의 회원 수는 17만명으로 라부부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지난 20일 가방이 아닌 휴대전화에 매달 수 있는 '미니 라부부'의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공식 판매처 팝마트 주가는 하루 새 11% 급등했다. 22일 기준 팝마트의 주가는 지난 1년간 570% 이상 폭등해 2020년 12월 상장 이후 최고치에 달하며 글로벌 완구 업계 시총 1위로 등극했다. 시장 내에선 팝마트가 단순한 완구업체가 아닌 글로벌 문화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저가 도파민 소비재'에 끌리는 젠지…경기침체 임박 신호"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6월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포스코센터 1층에 있는 캐릭터숍인 팝마트(Pop Mart)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라부부(Labubu)' 등 캐릭터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6월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포스코센터 1층에 있는 캐릭터숍인 팝마트(Pop Mart)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라부부(Labubu)' 등 캐릭터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몇몇 경제학 전문가들은 라부부 인기를 경기 불황기에 나타나는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에 비유하며 경계 목소리를 낸다. 립스틱 효과는 경기 불황기에 비싼 명품 대신 립스틱처럼 저렴하지만 심리적 만족을 주는 상품 소비가 늘어나는 경제 현상을 뜻한다. 라부부는 명품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면서도 인기 영향까지 더해지며 큰 만족감을 제공한다.

새크라멘토 주립대의 데이비드 랭은 최근 뉴욕포스트 기고문에서 "라부부 열풍은 불황기의 대체 소비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특히 젠지(Z세대)는 SNS에서 과시할 수 있는 저가 소모품에 끌린다"며 "이런 저가형 도파민 소비재의 인기가 폭발한다는 건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행복보다는 즉각적인 기쁨을 주는 '도파민 분비 소비'에 끌리고 있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거란 지적이다.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 '트리트노믹스'(treatonomics, 대접하다 treat+경제학 economics)가 인기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일 CNBC에 따르면 소매업 분석가인 존 스티븐슨은 코로나19 팬데믹, 웰빙에 대한 선호도,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 등으로 트리토노믹스 현상이 확대됐다고 짚었다. 그는 "생활비를 줄이고, 고정 지출도 줄이고, 생필품은 저가 브랜드를 쓰면서 대신에 주말에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을 예로 들며 "트리트노믹스는 립스틱 효과보다 한 단계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열된 라부부 인기만큼 사회문제도 뒤따른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라부부 모조품이 대량 유통됐고, 이 과정에서 어린이 질식사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라부부의 모조품이 쉽게 부서지고, 부서지면서 나온 작은 조각들이 어린이들에게 질식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는 아이돌 등 유명인의 가짜 라부부 피해 사례가 연이어 알려지면서 관세청이 통관 검사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출시 때마다 품귀 현상을 빚는 라부부를 얻기 위한 절도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가면을 쓴 4명의 무리가 라부부 전문 매장에 침입해 7000달러(약 1000만원) 상당의 인형들을 훔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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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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