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에 이어 은 가격이 온스당 52.5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런던 시장에서 발생한 역대급 '숏스퀴즈'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숏스퀴즈는 공매도(숏 포지션)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자산 가격이 급등할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빌린 주식을 매수하면서 발생하는 급격한 주가 상승 현상을 말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 거래소에서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52.58달러(약 7만5000원)까지 오르면서 1980년 1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금과 은 등 주요 귀금속은 가파른 랠리를 펼치고 있다. 올해 초 온스당 26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금 현물은 간밤 사상 처음으로 41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서만 5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은 현물 역시 82% 오르며 금 상승률을 능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무역전쟁, 연준 독립성 위협, 미국 정부 셧다운 등 불확실성이 금과 은 등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긴 배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런던 시장에서 발생한 '숏스퀴즈'는 은값 상승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우려로 은 재고가 런던에서 뉴욕으로 대량 빠져나간 가운데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런던 내 은 재고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 결과 은을 빌릴 때 지불하는 리스 금리가 급등했고, 은을 빌려 숏포지션(가격 하락에 베팅)을 유지하려던 투자자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급히 은을 매수하는 숏스퀴즈 현상이 촉발됐다. 은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뉴욕 대비 런던에서 은 가격이 훨씬 높게 형성되자 트레이더들이 차익을 노려 항공편으로 은을 실어 런던으로 보내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런던과 뉴욕의 은값은 평소 0~10센트에 불과하지만 지난주 런던의 은값은 뉴욕 대비 온스당 3달러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13일엔 1.4달러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은값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13일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정부 재정적자 증가, 금리 하락 등을 이유로 내년 말 은값 전망치를 온스당 44달러에서 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런던의 귀금속 전문 공급업체인 솔로몬글로벌의 폴 윌리엄스 이사는 최근 CNBC를 통해 은 가격이 "구조적 공급 부족과 사상 최고 수준의 산업 수요 같은 현실적 배경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은이 금과 비교할 때 여전히 저평가돼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말 은 가격이 온스당 100달러에 도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급격한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은 시장은 금 시장보다 유동성이 작고 시장 규모도 9분의 1 수준"이라면서 "중앙은행이 개입해 은 가격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투자 흐름의 변화로도 과도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런던 시장의 은 부족 상황이 풀리면 가격이 갑자기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