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친러 성향인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면서도, 초청받을 경우 참석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기자들을 만나 "3명이 함께 만나는 형식이든,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고 트럼프 대통령과 내가 별도의 공간에서 만나는 형식이든, 초청받는다면 나는 어느 쪽이든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전화회담을 가진 뒤 앞으로 2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다페스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끝내기 위한 협상의 장소로는 최적이 아니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가운데 러시아에 가장 우호적인 회원국으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도처에서 가로막는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균형 잡힌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미국 내 일각에선 러시아가 전장에서 승리하고 있단 인식이 존재한다.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퍼뜨리는 사람 중엔 헝가리 총리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다른 '부다페스트 시나리오' 역시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에서 미국, 영국, 러시아 등과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각서에 서명했지만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략하면서 각서는 사실상 무효화됐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원하던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얻어내지 못한 채 빈손 귀국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회담에선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벌어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휴전 조건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