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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트북에 부착한 최 위원장 사퇴 촉구 피켓이 안경에 비치고 있다. 2025.10.29. kgb@newsis.com /사진=김금보](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1/2025110304352570500_1.jpg)
"매운맛 올림픽이죠."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더불어민주당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가 더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느냐를 겨루는 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듯 하다는 얘기다. 야당과 사법부를 향한 공세는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합리적 토론보단 격렬한 비판이 우선된다.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윤석열 정부가 싸놓은 X 치우자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강성 정치인의 언행은 강성 지지층의 욕구에 기인한다. 수는 적어도 목소리 높고 응집력이 강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다. 강성 지지층의 주된 활동 공간은 SNS(소셜미디어)나 온라인커뮤니티다. 보수야당에 온정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정치인은 이른바 '수박'으로 찍혀 응징을 당한다.
강성 지지층이 여당의 지도부 선거 등 당내 선거와 공천을 쥐고 흔드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자치단체장을 노리는 여당 정치인들은 이들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같은 자리를 노리는 경쟁관계의 다른 정치인도 보고만 있을 순 없다. 더 매운맛을 내기 위해 경쟁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어간다. 이는 결국 중도층 이탈을 불러와 자칫 진영 전체의 파이를 갉아먹을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가 그 사례다. 일부 여당 상임위원장들의 일방통행식 진행은 블랙홀이 돼 국감의 성과까지 빨아들였다. 일부 강성 지지층에겐 통쾌함을 줬을지 모르지만 중도 유권자들에겐 불편한 인상만 남겼다.
한 여당 의원은 "정권 초반 여당의 강드라이브는 불가피하다"며 "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관성적인 제도 저항을 뚫기 위해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여러 개혁과제 뿐 아니라 재벌 지배구조 개선, 노동시장 혁신 같은 주제는 이해관계 저항이 매우 크다"며 "동력이 약해지기 전에 리더십을 발휘하는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매운맛에 길들여지면 역치가 높아지고 균형감을 잃게 된다. 중도층의 표심을 읽지 못하고 홀로 극단화될 수 있다. 노무현정부(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그랬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태 이후 당내 '개혁 경쟁'이 과열됐다. 더 '친노'(친노무현)스럽게 보이기 위한 의원들 간의 경쟁이 벌어졌다. 내부 결속은 강화됐지만 중도층의 피로는 쌓였다. 결국 진보진영은 2007년 말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을 넘겨줬고 2008년 4월 총선에서도 참패했다.
2019년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검찰개혁 완수를 둘러싼 강성 경쟁이 본격화했다. 검찰개혁에 대해 얼마나 강경한 입장을 취하느냐가 여당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그 역풍의 결과로 탄생한 게 윤석열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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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사이신을 들이붓는 매운 정치를 원하는 수요도 분명 있다. 강성 지지층들 만큼 정치에 진심인 국민도 없을 거다. 그러나 조화와 균형의 '깊은맛' 정치를 바라는 국민은 결코 적지 않다. 여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뿐 아니라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승리하기 원한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유권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