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자신의 부패 재판 관련해 사면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역사상 유죄 판결을 받기 전에 사면한 사례는 40여년 전 이스라엘 국내 보안 기관인 신베트 소속 군인들이 연루됐던 '라인 300 사건'이 유일하다.

30일(현지시간)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사무실이 공개한 네타냐후 총리의 편지 사본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자신의 사면을 직접 요청했다. 자신을 사면하는 게 이스라엘의 안보 등 공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면 요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사면을 여러 차례 촉구한 후 나왔다. 네타냐후는 2019년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전쟁 중이었던 지난 12월부터 재판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증언해왔고 아직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다.
헤르초그 대통령 사무실은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을 법무부 사면부에 전달했고, 사면부는 대통령에게 이를 승인할지 혹은 거부할지에 대한 권고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률가들은 이 과정에 몇 달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헤르초그 대통령실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 특별한 요청임을 알고 있다"며 "모든 관련 의견을 수렴한 후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사면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쓴 바 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범죄자를 사면할 권한이 있으나 이스라엘 역사상 유죄가 판결되기 전에 사면된 경우는 1980년대 신베트 소속 군인들이 연루된 '라인 300 사건'이 유일하다. 당시엔 재판 과정에서 국가 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사면됐다.
헌법 및 행정법 전문 변호사이자 라인 300 사건에서 신베트를 대리한 즈비 아그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면의 99.9%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있는 범죄자에게 주어진다"며 "죄를 인정하지 않고 사면하는 건 드문 일이지만, 네타냐후의 상황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서한 공개 후 영상에서 "재판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내부로부터 분열되고 있고, 격렬한 불화와 분열이 일고 있다"며 "저는 이스라엘의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재판이 즉시 종식되면 불길을 가라앉히고 우리 국민에게 절실히 필요한 광범위한 화해를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면을 통해 이스라엘이 직면한 위협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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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는 재판에 서서 피고인으로서 증언한 최초의 현직 이스라엘 총리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법원에 1주일에 여러 차례 증언해야 하지만 안보와 외교를 이유로 취소 요청이 잦았다.
한편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9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낮은 수준이고 국민 대다수가 그의 사임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기간 잡음을 내면서도 우파 연합을 유지함에 따라 야당이 치고 올라올 모멘텀을 얻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