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위기로 오랫동안 유럽 '주변국'으로 취급받던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시장에서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인의 역동적인 성장과 이탈리아의 긴축 재정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면서 이들 나라의 국채와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이가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6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3.51%를 기록하며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인 2.86%와 격차를 0.65%포인트까지 좁혔다. FT는 2009년 말 이후 최소 격차라고 전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3.29%로 독일 국채와의 격차를 0.5%포인트 밑으로 줄였다.
뱅가드의 알레스 쿠트니 국제금리 총괄은 "그동안 주변국으로 취급받던 나라들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나라들과의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면서 "시장은 기억력이 좋지만 적절한 유인이 주어지면 기꺼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은 경제 확장 국면에 있고 이탈리아는 안정적 정권 아래 신중한 재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들을 더는 주변국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스페인은 올해 경제 성장률 2.9%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세수도 늘어나 스페인의 재정적자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서 올해 2.5%로 줄어들 것으로 스페인 중앙은행은 예상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0.5%로 스페인에 비해 훨씬 부진하지만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의 강력한 적자 감축 의지가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탈세 근절을 위한 과거 정책들도 효과를 내면서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2023년 7.2%에서 올해 3%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KBRA의 켄 이건 유럽 신용평가 책임자는 남유럽 경제가 고질적 재정적자 문제를 고쳐나가며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은 반면 프랑스 같은 전통적 중심국들은 고령화 비용 증가, 성장률 둔화, 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 여력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3.56%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웃돈다. 투자자들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보다 프랑스 자산이 더 위험하다고 평가한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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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제임스 맥얼리비 전략가는 "주변국 국채가 오랫동안 훨씬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국가들의 국채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단 의미"라면서 "매우 보수적인 중앙은행 자산운용사들조차 향후 외화보유액 투자 과정에서 이들 국채를 검토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