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못 살겠다" 대학가로 번진 분노...이란 반정부 시위 격화

"생활고, 못 살겠다" 대학가로 번진 분노...이란 반정부 시위 격화

정혜인 기자
2026.01.02 04:00

이 '12일 전쟁' 후 서방제재
10년새 화폐가치 44분의 1
중앙銀 총재 경질에도 확산
사법당국, 법적대응 경고도

통화가치 폭락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에서 비롯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시위는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최대규모로 당초 상인 주도로 시작된 시위가 대학가로 퍼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Z세대(1990년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주도 반정부 시위 움직임이 이란에서도 나타났다는 평가가 따른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상인 주도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해를 지나 1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시위는 테헤란 이외지역으로도 확산했고 남부 파르스주의 파사시에서는 지방정부 건물을 공격했다. 시위대는 "헤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기도 했으며 테헤란 서부지역에서는 이란 보안군의 시위대 진압과정에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에 따르면 12월31일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 소속 대원 1명이 시위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아랍매체 알자지라는 시위대와 보안군 충돌로 1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이란 화폐 리얄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에 따른 물가가 폭등해 경제난이 심화한 데 대한 상인들의 분노로 시작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상인·자영업자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란의 통화가치가 폭락하자 상인과 자영업자들이 항의시위에 나섰다.   /테헤란(이란) AP=뉴시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상인·자영업자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란의 통화가치가 폭락하자 상인과 자영업자들이 항의시위에 나섰다. /테헤란(이란) AP=뉴시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 대비 리얄 가치는 지난해 6월 이후 약 40% 추락했고 12월 한 달 동안에만 20% 하락했다. 최근 환율은 1달러당 145만리얄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5년(1달러당 3만2000리얄 수준)과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화폐가치가 44분의1가량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기준 이란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2.4% 높았다.

경제난 악화에 분노한 상인들은 지난달 28일 테헤란 중심가에서 매장폐쇄 등 파업으로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다음날인 29일에는 이란 최대 전통시장 그랜드바자르의 상인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시위는 대학가로 확산해 31일 테헤란 등 전국 대학교 약 10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SNS(소셜미디어)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부 캠퍼스 인근에서는 보안병력과 학생들이 충돌했다. 현지 국영매체는 이날 시위대의 파사 시내 주정부 청사진입이 실패했다면서 이를 주도한 28세 여성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이번 시위규모가 2022년 히잡시위 이후 최대규모라고 평가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를 화폐가치 폭락의 책임을 물어 경질하며 수습에 나섰다. 또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같은 날 국민들의 생활고 압박을 정부가 잘 알고 있다며 내무부에 시위대의 요구를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란 정부는 경제난이 미국의 경제제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 정부는 31일 하루 임시공휴일을 발표했는데 FT는 이번 임시공휴일이 이란의 주말, 공휴일을 앞두고 나와 "사실상 나흘간 국가를 봉쇄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란 사법당국은 계속된 시위에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평화적인 생계형 시위는 사회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의 일부"라면서도 "경제적 시위를 불안조성, 공공재산 파괴 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그에 비례하는 단호한 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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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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