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준 의장 후보자, 케빈 워시
경제 정통파 vs 정치적 인물… 美 조야서도 엇갈리는 평가
연준 독립성 지키며 비대해진 자산축소, 인플레 억제 촉각

차기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에 지명된 케빈 워시 후보자(사진)는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 속에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함께 연준 자산을 축소하는 등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그가 이같은 3가지 과제에 직면했으며 "모두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금리인하나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인지 반대로 통화긴축에 무게를 두는 매파 성향인지다. 워시 후보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요구에 호응해왔다. 그러나 시장에선 워시 후보자가 대체로 전통적 월가와 가깝고 긴축을 지지하는 매파 성향이란 점에 주목한다. 워시 후보자는 연준 이사로 재임하던 2010년 11월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를 결정한 당시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하게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블룸버그는 월가가 워시를 "파월 의장보다 조금 더 매파적" 인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은 여전히 변수다. 경제 반등의 마중물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에게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시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기자들이 '워시 후보자가 금리인하를 약속했는지' 묻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 논란을 의식해 답변에 선을 그었을 뿐이라면 새 의장도 상당한 금리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열린 미국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모임 알팔파클럽 만찬에서 "워시 후보자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에게 "농담이었다. 워시를 지명하면서 어떤 약속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연준의 자산축소도 관심사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국면의 급격한 양적완화 기조 속에 국채를 대량매입했다. 워시 후보자는 그동안 연준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고 비판해왔다. 워시 후보자가 의회 청문회를 통과, 5월부터 연준을 이끌게 되면 연준의 자산보유 규모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리할지 주목된다.
로이터 등은 워시 후보자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자산축소에 더 무게를 두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기조에 대한 시장전망은 종전과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선물시장은 오는 6월 기준금리가 현재의 3.50~3.75%에서 0.25%포인트(P) 낮아질 확률을 49.5%로 반영했다. 워시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에 46% 확률이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 신중한 관망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가 어쩌면 역대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WSJ는 "트럼프 2기에서 가장 잘한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그는 매파가 아닌 정치적 동물"이라고 평가했다. "워시 후보자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땐 긴축정책을 주장했지만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금리인하를 강력하게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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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1970년생)로 연준 의장 후보에 지명된 워시 후보자는 35세이던 2006년 연준 이사 자리에 올라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활동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자문했다. 워시 후보자는 2019년 쿠팡 이사회 멤버로 합류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 가문의 사위기도 하다. 워시 후보자 장인인 에스티로더 상속자 로널드 로더는 60년 지기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 매입 구상안을 처음 제시한 인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