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셰가' 급성장, 벤투라 후보 대선결선까지 진출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 좌파 성향 사회당(PS)의 안토니우 조제 세구루 후보가 극우 정당 셰가의 안드레 벤투라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기존 포르투갈 정치의 양강이던 사회당이 이기긴 했지만 최근 약진한 극우정당이 대선 결선까지 진출할 정도로 세를 불렸다는 사실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포르투갈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9일 개표율 99.2% 시점에서 세구루 후보가 득표율 66.82%를 기록, 벤투라 후보(33.18%)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세구루 후보는 "오늘 국민들이 보여준 반응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조국의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헌신은 큰 감동이자 나의 자부심이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대선이 결선까지 간 것은 40년 만이다. 지난 1월 치러진 대선에서 후보 11명이 출마해 누구도 과반을 얻지 못했다. 이에 득표율 31.1%를 기록한 세구루 후보와 23.5%를 기록한 벤투라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포르투갈은 안토니우 드 올리베이라 살라자르 전 총리의 독재에 대한 기억이 있다. 살라자르 전 총리는 1932년부터 1968년까지 36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보수 성향 권위주의 정권을 구축했다. 그 후 포르투갈은 극우 정당을 배격하고 의회 합의를 중요시해 왔다. 극우주의가 유럽에서 유행하더라도 포르투갈에서는 득세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셰가는 지난해 총선에서 선전하고 이번 대선에서 결선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의석 1석을 갖고 원내 진입했던 셰가는 지난해 총선에서 60석을 확보, 원내 제1야당 지위를 얻었다. 현재 최대 정당은 89석을 가진 중도 우파 성향 여당 사회민주당(PSD)이다.
포르투갈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한 배경에는 경제난과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 기존 양강 구도에 대한 피로감 등이 꼽힌다. 그간 포르투갈 의회는 PS와 PSD 양강 구도였다. PSD 소속 루이스 몬테네그로 총리가 지난해 가족 기업 비리 의혹에 휘말린 것도 셰가에 호재였다.
넬슨 산토스 벨기에 나뮈르대학 트랜지션스 연구소 연구원 등은 셰가가 득세한 뒤 포르투갈 의회 갈등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지난달 유럽정치연구컨소시엄에 기고한 글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은 의회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데 셰가가 이런 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개혁의 길이 상당히 좁아지고 의회는 건설적인 숙의의 공간이라기보다 분열의 장으로 비춰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