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력·북핵 등 안보지형 급변…다카이치 "누구도 홀로 평화 지킬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살상 능력을 갖춘 무기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규제를 고쳤다. 호주와 이미 군함 수출계약을 맺은 가운데 더 다양한 군사무기를 주변국에 수출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1일 엑스(X) 글을 통해 "오늘 '방위 장비 및 기술 이전의 3대 원칙'과 이행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안보 환경 속에서 어느 누구도 홀로 평화, 안보를 지킬 수 없다"며 "방위 장비 측면에서 상호 지원하는 안보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파트너 국가들은 일본이 개발한 방위 장비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방위 장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분쟁을 예방해 일본의 안보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무기수출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장비를 이전할 때 사례별로 더욱 엄격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유엔(UN·국제연합) 헌장에 따라 장비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국가만 장비를 수령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후 80년 동안 평화 국가로서 지켜온 길과 원칙을 수호하겠다는 것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며 "장비 이전 여부를 더욱 엄격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일본은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기뢰 제거) 등 5가지 용도(5유형)에 쓰이는 경우에만 군 장비를 수출했다. 살상 능력을 가진 장비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외국과 공동 개발하거나 자기방어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살상 능력을 가진 장비를 수출할 수 있다. 예외 규정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국내 기업이 시장을 개척하는 데 걸림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5유형 규제를 폐지했지만 수출 대상국은 제한된다. 일본은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약을 맺은 국가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다. 일본과 해당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17개국이다. 전날 일본은 해상자위대 호위함 개량형을 개발, 호주에 수출하는 계약을 확정지었다. 협정국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캐나다는 지난 1월 일본과 협정을 체결해 발효를 앞두고 있고 스페인·핀란드는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중이다.
일본 정부가 5유형을 폐지한 것은 중국의 미사일, 해군 전력 증강과 북한 핵 개발로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이 악화된 탓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어 "일본 자위대와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 늘어날수록 군사훈련 시 연계가 원활해지고 자위대 장비를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이 늘면 생산이 안정되므로 가격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방위 장비 및 기술 이전의 3대 원칙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해당 원칙에 따라 분쟁 당사국에 무기 수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일본의 안보상 필요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 닛케이는 "미군이 인도 태평양 지역 태세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일본이 장비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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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일본은 △공산권 국가 △유엔 결의로 무기 수출이 금지된 국가 △분쟁 당사국이거나 당사국이 될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무기 수출 3원칙을 제시했다. 1976년에는 3원칙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도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며 무기 수출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러나 2014년 아베 신조 전 총리, 2023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내각을 거치면서 수출을 조건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충분한 논의 없이 무기 수출 규제를 폐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오사카 세이케이대학 사도 아키히로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무기를 판매하거나 전쟁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국가관을 추구했다"며 "앞으로 어떤 국가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논의 없이 국가관을 성급하게 뒤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