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 산 넘어 산…이스라엘-튀르키예 갈등

중동 평화, 산 넘어 산…이스라엘-튀르키예 갈등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07.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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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이스라엘-튀르키예 갈등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이스탄불=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주튀르키예 미국 영사관 앞에서 친이란-반미·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6.02.02. /사진=민경찬
[이스탄불=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주튀르키예 미국 영사관 앞에서 친이란-반미·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6.02.02. /사진=민경찬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갈등이 중동 정세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자전쟁 이후 양국이 책임 공방과 거친 외교 설전을 반복하며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최근 이스라엘 내각이 과거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 사건을 공식 인정하면서 튀르키예 역사의 '역린'까지 건드렸다는 평가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갈등을 빚는 배경과 충돌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살펴봤다.

갈등 배경… 명분·패권·경제·국내정치

과거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관계는 오늘날과 달리 우호적이었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에 대해 1948년 건국 당시부터 국가로 인정하면서 이슬람권 최초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1970년대에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과 중동전쟁을 치를 때에도 튀르키예는 중립 노선을 취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양국은 1996년 군사협력협정을 체결했고 아랍권의 반대 속에서도 지중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방산 및 첨단 기술협력도 추진했다.

그러던 양국 관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이슬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튀르키예는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이른바 '팔레스타인 대의'를 내세우며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를 테러 조직인 아닌 해방 단체이자 자신들의 땅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무자헤딘'(성전(聖戰)을 치르는 전사)'으로 칭하며 옹호했다.

양국 갈등은 역내 패권 경쟁의 성격도 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신오스만주의'를 외교 노선으로 내세우며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속에 소위 '저항의 축(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시리아, 이란)을 약화시키고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권과 국교를 정상화하며 자국 중심의 안보와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전쟁 결과 이란이 망가졌고 사우디의 입지도 약화되면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중동 지역의 2강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이란의 지정학적 공백 상황에서 양국 간 갈등은 역내 패권 경쟁으로 비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앙카라=신화/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의 도발적인 행동은 형제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행위"라며 "이는 절대 용납되지 않을 일"이라고 경고했다. 2026.03.10. /사진=민경찬
[앙카라=신화/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의 도발적인 행동은 형제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행위"라며 "이는 절대 용납되지 않을 일"이라고 경고했다. 2026.03.10. /사진=민경찬

이밖에 경제·물류 경쟁도 또 다른 갈등 요인이다. 이스라엘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인도와 아라비아반도, 중동, 유럽을 해상·철도·디지털·에너지 인프라로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그리고 유럽 국가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이 경로가 자국을 우회하는 새로운 교역축으로 작동하면서 경제적 고립에 처할 수 있다. 동서양을 잇는 물류 허브를 자처해 온 튀르키예가 IMEC를 전략적 위협 요인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또 양국의 국내 정치적 요소도 충돌에 영향을 미친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반이스라엘 노선은 보수 이슬람·민족주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자산이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튀르키예의 위협을 강조하는 강경 안보 노선이 취약해진 리더십을 방어하고 극우 진영의 지지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현대판 히틀러'에 비유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에르도안을 '쿠르드족 학살자'라고 비난하며 설전을 벌이는 것도 이러한 정치적 계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오는 10월 내 총선을 치러야 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위기를 부각해 보수층을 결집하고 극우 정당과 연립정부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덕일 고려대학교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은 "에르도안 대통령 자체가 '무슬림 형제단'이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같은 사상적 기반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며 "집권 초엔 친서방, 친이스라엘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권력을 강화하면서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함으로써 이슬람주의를 열렬하게 추종하는 보수 지지층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루살렘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월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예루살렘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예루살렘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월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예루살렘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충돌 우려 지역…시리아·동지중해

양국의 충돌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시리아가 꼽힌다.

튀르키예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새롭게 들어선 정부의 핵심 후원 세력으로 부상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 2만여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지난 4~5월에는 시리아 공군 및 해군과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했다.

이스라엘도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지난 2024년 골란고원 인근 시리아 비무장지대와 헤르몬산 일대를 기습 점령했다.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방위군은 무기한으로 시리아에 주둔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사실상 영구 주둔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시리아는 영토 내 양국군이 주둔하면서 갈등이 격해질 경우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해 4월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은 아제르바이잔의 중재 하에 시리아 내 충돌 방지 채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충돌 방지 대화 자체가 양국이 오판이나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시리아 정권의 배후에는 에르도안이 있고, 이스라엘도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싶어 하기 때문에 양국이 시리아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전투기들끼리 오인 사격을 하거나 지도자의 오판 등으로 양국의 역내 패권 경쟁이 무력 충돌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충돌 우려 지역은 동지중해다. 지난 1974년 튀르키예는 자국민 보호 명목으로 키프로스섬을 침공해 북부 지역을 점령했고, 그리스계의 키프로스 정부와 분단된 채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동지중해에서 튀르키예를 견제하기 위해 그리스, 키프로스와 합동 해·공군 훈련을 실시하고, 방산·에너지·등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이스라엘산 로켓포와 방공시스템을 도입하고, 동지중해의 가스 개발 등 에너지 협력도 이어간다. 튀르키예 입장에서 이 같은 3국의 안보 협력은 동지중해에서 튀르키예를 압박하는 일종의 포위망으로 인식된다. 튀르키예는 동지중해에서 자국 기준 배타적경제수역(EEZ)를 주장하며 석유와 천연가스 이권 확보를 위해 탐사선과 군함을 파견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반복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의 앙숙인 그리스, 키프로스와 함께 한 축을 형성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튀르키예는 사우디와 카타르, 파키스탄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축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결국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대립 구도가 시리아와 동지중해까지 연결되면서 지정학적 위기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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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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