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제수로 항행 자유를 스스로 부정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그동안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를 강하게 비난했던 미국이 도리어 정치·군사적 목적을 위해 국제 해양 질서의 근간을 흔든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이자 국제법상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으로 통항권이 보장되는 공해와 같은 수로로 인정됐다. 이란이 영해권을 내세워 통제력을 행사하려 할 때마다 미국이 함대를 파견해 저지했던 명분도 공공이익과 자유로운 통항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전쟁 내내 어느 나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나 요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 선적물의 20%에 해당하는 비용을 미 해군이 제공하는 안전 보장 명목으로 받겠다는 발표를 두고 사실상 통행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지고 이란이 통행료 부과를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시점이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라는 점에서 미국이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우려를 초래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내로남불'식 대응이 국제 해양 질서에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현실화할 경우 전략적 가치가 높은 다른 해협에서도 각국이 비슷한 방식으로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명분이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고 어떤 방식으로 부과할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선적 화물의 20% 수준은 이란이 부과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게시글을 올리기 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큰 돈을 받게 될텐데 우리 편 국가들은 아주 부유하다"며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을 공짜로 지킬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방어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전쟁 초반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위한 군함 파견을 요청했던 것과 비슷한 구상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상선 공격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해상 재봉쇄와 사실상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양국간 전쟁 재개가 목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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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재개를 비판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산하 이맘 호메이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 이후 국제 유가는 이날 10% 가까이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이 정산가 기준으로 배럴당 83.3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6% 올랐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78.14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4% 올랐다.
브렌트유 장중 가격은 배럴당 83.54달러까지 오르면서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직전인 지난달 16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6일 밤 9시(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 대국민연설을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전쟁 재개 여부 등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