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들어 주요 해외매체들이 부쩍 코스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증시가 시가총액 4조달러로 급성장하면서 영향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외신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열풍을 다루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슈를 뉴스 홈페이지 최상단에 장식하곤 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투자팀을 대상으로 한국 증시를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서는가 하면 코스피를 글로벌 주요 지표로 대접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코스피의 위상은 월가의 투자 관행을 바꾼 듯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시아증시와 반도체주 하락의 이유로 지목된다. 외신은 국내 증시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며 극단적인 리스크에 노출된 시장이라고 평한다. 하루는 폭락해서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터지고, 다음 날은 급반등하는 양상이 주요국 증시 중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성장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크고 위험천만한 시장이란 꼬리표가 붙은 배경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시가총액이 대형주 위주로 쏠린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장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증시 부양책이 투기 과열을 제어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 등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더 다양한 파생상품과 신용거래가 허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근본 원인은 아닐 수 있다.
그보다 오랫동안 우리 증시 성장을 억누른 문제는 '박스피'다. 투자자들이 저점에 매수했다가 조금만 오르면 팔아버리기 때문에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른다는 의미다. 지속적인 배당 확대로 기업의 실적과 주주의 자산이 함께 우상향할 것이란 기대감이 없었다. 조금 오른다 싶으면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29일 SK하이닉스가 9.6% 급락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주주 환원책이 나오지 않은 점도 한 이유일 것이다.
아울러 소수 대형주가 시장 전체를 흔드는 자본시장 환경에서는 상장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 다양한 기업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와 함께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과 적극적인 배당·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시장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