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극우' 르펜 변수, 빨라진 ECB 수장 교체…프랑스·독일 신경전

'佛 극우' 르펜 변수, 빨라진 ECB 수장 교체…프랑스·독일 신경전

정혜인 기자
2026.10.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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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라가르드 ECB 총재, 내년 2월 조기 사임
마크롱, 내년 대선 전 차기 총재 인선 포석
ECB 집행이사회 6명 중 3명 교체 예정
프랑스 vs 독일, 수석 이코노미스트 쟁탈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이터=뉴스1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이터=뉴스1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년 2월 조기 퇴진을 선언했다. 내년 10월까지인 임기를 크게 앞당겨 물러나는 것은 프랑스 대선을 겨냥한 친(親)유럽 진영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때마침 ECB 집행위원회 수뇌부의 연쇄 교체 시기와 맞물린다. 유럽 경제 주도권을 쥐려는 주요국들의 신경전이 격해질 전망이다.

ECB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라가르드 총재가 내년 2월 7일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프랑스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낸 라가르드는 2019년 11월 ECB 총재로 취임했으며, 당초 임기는 내년 10월 31일까지였다.

佛 대선 전 조기 사퇴로 '르펜 리스크' 방어

라가르드 총재의 조기 사임설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후보가 약진하면서 꾸준히 제기됐다. 유럽 통합에 비판적인 르펜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ECB를 비롯한 EU 주요 기관의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CB 총재 인선엔 프랑스, 독일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이에 친 EU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종료 전 차기 ECB 총재 인선에 관여할 수 있도록 라가르드가 일찍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렌베르크 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U는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르펜이 승리할 위험에 대비해 최소한의 방어선을 치고 있는 것"이라며 "라가르드의 조기 사임으로 친유럽 중도파인 마크롱은 엘리제궁에 머무는 동안 무난하게 차기 ECB 총재를 임명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뉴스1

ECB 집행이사회 구성원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후보 제안과 유로그룹 논의, EU 이사회의 추천 등을 거쳐 유럽이사회가 임명한다. 임명에는 유로존 회원국 중 최소 16개국의 찬성과 해당 국가들의 유로존 전체 인구 대비 65%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 유럽 경제·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양국 정상의 의중과 합의가 인선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통화정책 외 현안에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가 내년 프랑스대선에 어떻게든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거란 관측도 있다.

ECB 지휘부 절반 교체…유럽 경제권력 재편

이번 인선은 총재직에 국한되지 않고 ECB 집행이사회 전체 6명 중 절반인 3명의 자리가 잇따라 교체되는 대대적인 지휘부 개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CB의 두뇌'이자 2인자 격인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임기가 내년 5월 31일 만료되고,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내년 1월 3일 사임할 예정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임자로 거론되는 클라스 크놋 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오른쪽)와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국제결젱은행(BIS)  사무총장(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 /사진=블룸버그·로이터=뉴스1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임자로 거론되는 클라스 크놋 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오른쪽)와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국제결젱은행(BIS) 사무총장(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 /사진=블룸버그·로이터=뉴스1

차기 총재 하마평에는 클라스 크놋 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와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자리를 프랑스가 가져가는 조건으로 크놋 전 총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 역시 자국 인사가 차기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ECB 총재를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독일은 앞서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를 차기 ECB 총재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독일 국방장관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ECB 총재보단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낙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걸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차기 EU 집행위원장직을 노리고 있어 ECB 총재직은 다른 국가 출신을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 이처럼 ECB 주도권을 잡으려는 프랑스와 독일 간 신경전이 격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이 총재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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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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