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당신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시대가 올까요?

AI가 당신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시대가 올까요?

안재용 기자
입력 2026.11.08 06: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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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인사이트] AI 시대 가격차별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모닝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약 13미터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다.  2026.1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약 13미터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다. 2026.1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같은 날 같은 쇼핑몰에서 같은 운동화를 샀는데 누군가는 10만원, 누군가는 12만원을 냈다면 어떨까. 판매자가 손님마다 '이 정도까지는 낼 것'이라고 판단해 가격표를 다르게 보여준 결과라면 말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런 일이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월마트와 타깃,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제트블루,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등 9개 기업에 개인별 가격 책정에 관한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기업들이 검색 기록, 구매 이력, 위치정보 등을 이용해 고객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플랫폼 노동자의 보수 결정 방식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FTC의 이번 조사는 시장 실태조사로 특정 기업의 위법행위가 확인돼 시작된 수사는 아니다. 그러나 실제 상품·서비스 판매기업을 직접 조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FTC는 2024년부터 가격 결정 기술을 제공하는 중개업체들을 조사했고 지난해에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웹페이지 마우스 움직임이나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사지 않은 상품까지 가격 분석에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이 기술이 실제 가격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가격차별…AI 시대엔 현실?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 가격차별 행위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영화관의 청소년 할인, 항공사의 다양한 운임, 고객별 할인쿠폰도 가격차별로 볼 수 있다.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비용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가격 차이를 두는 것이다.

경제학은 가격차별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구매 수량이나 상품 조건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것이 2급, 학생이나 노인처럼 소비자 집단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것이 3급 가격차별이다. '많이 사면 깎아주고'(2급 가격차별), '구매력이 낮다는 것이 확인되면 할인하는'(3급 가격차별) 것이다.

문제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1급 가격차별이다. 판매자가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최대 지불 의사를 알아내 정확히 그만큼 받는 방식이다.

예컨대 어떤 운동화에 A는 최대 8만원, B는 10만원, C는 15만원까지 지불할 생각이라고 해보자. 가게가 10만원이라는 단일 가격을 붙이면 B와 C만 구매한다. 반면 A에게 8만원, B에게 10만원, C에게 15만원을 제시할 수 있다면 세 명 모두에게 팔 수 있다. C가 원래 누릴 수 있었던 5만원의 소비자잉여는 가게의 몫이 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장사하지 않았을까.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정보와 실행 비용이었다. 손님마다 최대 얼마를 낼지 알아내려면 대화를 나누거나 조사해야 한다. 알아냈다고 해도 각자 다른 가격을 제시하고, 싼값에 산 상품이 다시 비싸게 팔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가격차별로 얻을 추가 이익보다 이런 비용이 더 크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AI의 등장은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고객이 무엇을 검색했는지, 어떤 상품을 오래 살펴봤는지, 장바구니에 무엇을 남겼는지, 할인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같은 정보가 이미 온라인에 쌓여 있다. AI는 흩어진 흔적을 분석해 소비자의 구매 가능성과 가격 민감도를 추정한다. 가격을 정하고 할인쿠폰을 보내는 일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 개별 소비자를 직접 만나 조사하지 않고도 수많은 고객에게 서로 다른 제안을 하는 비용이 낮아지는 것이다.

AI가 가격차별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비용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의 채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에서 열린 오픈AI 연례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DevDay) 2026' 에서 새로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닷'(Dots)을 소개하고 있다. 2026.09.30. /사진=민경찬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에서 열린 오픈AI 연례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DevDay) 2026' 에서 새로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닷'(Dots)을 소개하고 있다. 2026.09.30. /사진=민경찬

같은 상품 가격 23% 차이

미국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는 지난해 12월 장보기 플랫폼 인스타카트에서 같은 매장·같은 시간의 동일 상품 가격이 이용자에 따라 최대 23% 달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자 437명이 장바구니에 같은 물건을 담아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들이 무작위로 서로 다른 가격 실험 집단에 배정됐으며 개인의 소득이나 구매 이력으로 가격을 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해당 가격 실험은 논란 끝에 중단됐다.

그렇다면 가격차별은 무조건 소비자에게 불리할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앞선 운동화 사례에서 8만원까지만 낼 수 있던 A는 정찰제 아래에서는 물건을 살 수 없었지만 개인별 가격을 적용하면 구매할 수 있다. 생산비용보다 높은 가격이라면 거래가 추가로 발생해 전체 효율성이 개선될 수도 있다. 반대로 C처럼 높은 금액을 낼 의사가 있는 소비자는 기존보다 비싸게 살 가능성이 있다.

실증연구도 이 양면성을 보여준다. 시카고대 장피에르 뒤베와 산조그 미스라 교수가 2023년 '정치경제학 저널(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머신러닝을 이용한 개인화 가격이 기업의 기대이익을 높이고 전체 소비자잉여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60% 이상은 개인화 가격으로 이득을 봤다. 누구에게 더 비싸게 받고 누구에게 할인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차별은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많으면 기업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고객에게 할인을 제시할 유인이 생긴다. 반면 특정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거나 가격 비교를 하지 않는 고객은 더 비싼 가격을 제시받을 수 있다. 소비자마다 지불 의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해지는 셈이다.

AI가 낮추지 못하는 비용, 고객의 불신

그런데 AI가 소비자를 파악하는 비용을 낮춰도 없어지지 않는 비용이 있다. 바로 신뢰를 잃을 위험이다. 어떤 쇼핑몰이 고객에게 2만원을 더 받아 당장의 이익을 늘렸다고 해보자. 고객이 뒤늦게 자신에게만 높은 가격이 제시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 쇼핑몰을 다시 이용하지 않는다면, 향후 몇 년간 벌 수 있었던 매출과 이익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 번의 거래에서 최대 이윤을 남기는 전략이 반복 거래에서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소비자는 구매 이력을 감추거나 다른 계정으로 접속하고, 가격 비교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분석하는 비용은 줄었지만, 소비자를 잃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은 오히려 커질 수 있는 것이다.

FTC도 바로 이런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공개한 정책 초안에서 FTC는 모든 개인화 가격을 금지할 법적 권한은 없지만 소비자가 동일한 가격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한 가격 결정 사실과 그 근거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보다 그 가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비자가 알 수 있느냐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또 소비자도 AI를 사용할 수 있다. 쇼핑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가 수십 개 판매자의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 시점을 기다리거나 더 싼 대체 상품을 찾을 수 있다면 기업이 가격차별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제한될 수 있다.

AI가 정찰제를 당장 사라지게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앞으로 기업은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가'뿐 아니라 '그렇게 받아도 고객이 다시 찾아올 것인가'까지 계산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보는 가격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지 의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다. 로버트 아이섬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가격 책정에 대해 "소비자들은 아메리칸항공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을 유인해 다른 상품을 팔거나 속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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