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모닝인사이트] AI 토큰파는 중국 광군제

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 인공지능(AI) 토큰이 처음으로 판매 상품으로 등장했다. 대형언어모델(LLM)을 이용할 때 소모되는 토큰을 충전하거나 AI 서비스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확대와 수익 확보를 동시에 노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알리바바의 AI 오피스 서비스 '천원 오피스(QwenWork)' 월간 회원권이 지난 2일 판매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10만개가 팔렸다. 판매된 회원권에 포함된 토큰 이용 한도는 총 약 2조개에 달했다. 중국 AI 기업들이 토큰을 광군제 상품으로 내놓은 것은 자사 서비스 이용자를 결제 고객으로 전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토큰 판매 경로를 넓혀 수익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AI 기업들도 돈이 필요하다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낮은 가격과 무료 서비스를 앞세웠던 중국 AI 기업들이 연산 비용과 연구개발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서비스 가격을 높이고 있다.
즈푸AI는 2026년 들어 GLM 코딩 플랜의 요금 체계를 조정한 데 이어 3월과 4월 API 가격을 각각 20%, 10% 인상했다. 미니맥스는 6월 차세대 모델 M3를 출시하면서 API 가격을 전반적으로 두 배 올렸다. 월지암면도 7월 Kimi K3를 공개하면서 입력 토큰 가격을 100만개당 약 4000원(20위안), 출력 토큰 가격을 100만개당 약 2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전 모델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해온 딥시크도 8월 API 가격을 조정했다.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AI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있다.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드는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하고 답변받을 때마다 발생하는 추론 연산 비용도 부담이다. 이용량이 늘어날수록 연산 자원 확보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커진다.
즈푸AI의 2025년 실적은 이 같은 부담을 보여준다. 즈푸의 연간 매출은 약 1448억원으로 전년보다 131.9% 증가했지만, 연구개발비는 6360억원으로 매출의 4배를 웃돌았다. 조정 순손실도 6364억원에 달했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연구개발비를 자체 수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미니맥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약 15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3.1% 증가했지만, 연구개발비도 약 3984억원으로 138.8% 늘었다. 같은 기간 조정 순손실은 약 39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과 모델 고도화에 투입되는 비용이 여전히 큰 것이다.

무료 이용자를 유료 고객으로…전자상거래가 새 접점
텐센트연구원이 2026년 4월 중국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최근 3개월간 LLM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95.6%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실제 유료 결제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9.8%에 그쳤다. 유료 이용자의 월평균 지출은 6000원~2만원 구간이 44.7%로 가장 많았고, 2만~6만원 구간이 32.4%였다. AI 이용이 대중화됐지만 실제 결제액은 아직 이용자 규모에 비해 작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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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도 무료 이용이 여전히 주류다.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달 29일 발표한 '생성형 AI와 뉴스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호주·덴마크·핀란드·프랑스·일본·노르웨이·영국·미국 등 9개국 응답자 가운데 본인 돈으로 유료 AI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10%였다. 직장이나 학교를 통해 유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9%였다. 유료 AI 서비스 이용이 아직 소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이 함께 안고 있는 과제에 가깝다.
AI 기업들에게는 무료 이용자를 유료 고객으로 전환하고 이미 결제한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 텐센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료 이용자 가운데 61.2%가 향후 AI 대형언어모델에 대한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용 빈도가 높고 서비스의 효용을 체감한 소비자일수록 추가 지출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런 개인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 AI 기업이 자체 홈페이지에서 이용자를 모으고 결제를 유도하는 것과 달리, 타오바오와 징둥 등은 이미 대규모 이용자와 결제·마케팅·고객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 AI 서비스를 별도 플랫폼에서 찾아 가입하는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하듯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9월 3일 톈마오에 AI 공간(AI Space Station)을 열고 토큰 충전과 AI 구독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즈푸AI 등이 공식 판매점을 운영하고, Kimi·미니맥스·딥시크 등의 상품은 제3자 판매업체를 통해서도 유통된다. 상품은 일정 기간 이용하는 구독형 토큰 플랜과 코딩 플랜, 사용량에 따라 결제하는 충전형 상품 등으로 나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익숙한 결제 방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저가 상품으로 첫 결제의 부담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제3자 판매업체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지 않는 약 960원짜리 하루 체험 상품도 내놓았다. 소액 결제로 서비스를 경험하게 한 뒤 월간 구독이나 추가 충전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토큰 생산에서 소비까지…AI 생태계의 확장
토큰 전자상거래는 AI 산업의 수익 구조가 확장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 AI 공급 생태계가 연산 자원 임대와 토큰 생산, 서비스형 모델(MaaS)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전자상거래는 개인 소비자와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통·판매 영역을 추가하고 있다.
연산 자원 임대 사업자는 GPU 등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토큰 공장은 확보한 연산 자원을 활용해 모델을 배포하고 추론 과정을 최적화해 토큰을 생산한다. MaaS 플랫폼은 여러 모델의 API를 기업 고객과 개발자에게 제공하고,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도구를 지원한다. 토큰 전자상거래는 이와 달리 이미 만들어진 모델의 이용권이나 토큰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에는 기업 고객이나 개발자가 API를 통해 모델을 이용하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이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개인 이용자에게 토큰 상품을 판매하면서 AI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유통 채널로 자리 잡으려는 것이다.
중국 AI 기업들이 토큰 전자상거래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고객 중심의 매출 구조를 유지하면서 개인 소비자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려는 것이다. API 가격 인상이 기존 고객의 사용량에서 얻는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라면, 토큰 상품 판매는 결제 경험이 없는 소비자를 유료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에 가깝다.
탕다오성 텐센트그룹 수석부총재 겸 클라우드·스마트산업사업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열린 '2026 텐센트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대회'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하루 평균 토큰 호출량은 2024년 초 1000억개에서 2026년 7월 500조개를 넘어섰으며, 2년여 만에 5000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회 기간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뒤에도 이용자가 남는지, 이용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 서비스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이용자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그 수익으로 운영 비용까지 충당할 수 있어야 비로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