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 문제, 빙산의 일각"-WSJ

"베어스턴스 문제, 빙산의 일각"-WSJ

정재형 기자
2007.06.26 08:02

비유동성 자산 투자가 화 불러, 다른 펀드들도 유사한 구조

지난주부터 불거진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2개의 부실 문제 때문에 월가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헤지펀드가 현금화하기 힘든 비유동성 자산에 차입 투자를 해 왔기 때문에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펀드들도 베어스턴스 헤지펀드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어스턴스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비유동자산 투자가 문제

WSJ는 2개의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즉 HGSCS펀드와 HGSCS-EL펀드 문제는 최근 일반화된 비유동성 자산 투자 붐으로부터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비유동성 자산 투자는 해외 증권, 고속도로, 산림 등에 대한 투자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상장된 주식이나 채권처럼 단기간에 현금화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확한 가격 형성이 어렵고 펀드매니저들도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폭넓은 결정권을 가진다. 거래할 때 보통 세부 항목들을 노출하지도 않는다.

베어스턴스 헤지펀드는 주택시장 악화로 주택담보 대출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증권이 타격을 받을 때부터 곤란을 겪기 시작했다. 이같은 증권들 역시 자주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빨리 매각하려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HGSCS-EL펀드는 차입 투자를 해서 손실이 더 컸다.

◇ 저금리로 차입 투자 붐

저금리에 따라 차입 투자가 붐을 이룬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비유동성 투자에 몰려들었다. 차입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장전문가들은 비유동자산에 대한 투자가 특유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주류'가 됐다고 우려했다.

컨설팅회사인 그린위치 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기금 등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헤지펀드, 부동산, 사모투자펀드 등 현금화하기 힘든 곳에 전체 자산의 10%를 투자했다. 지난 2003년보다 비중이 27% 늘어났다. 기금과 재단들은 지난해 현금화하기 힘든 자산에 대한 투자가 전체의 4분의1에 달했다.

자산이 많은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노린다면 장기간 기다릴 수 있지만 많은 다른 투자자들, 특히 차입 투자자들은 그렇게 사치를 부릴 처지가 아니다.

◇ 베어스턴스와 유사한 투자구조 가진 펀드 많아

베어스턴스는 헤지펀드들의 청산을 막기 위해 32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베어스턴스의 문제는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헤지펀드들이 보유 자산의 가치를 쉽게 평가받을 수 없을 때 얼마나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사한 투자 구조의 다른 펀드들 역시 자산가치 재평가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은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기 때문에 자산가치를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헤지펀드들은 일일 거래 동향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손실이 심각할 정도가 될 때야 투자자들이 알게 된다. 비유동성 자산 투자는 더욱 그렇다.

베어스턴스의 HGSCS-EL 펀드는 지난 4월 자산 손실률이 6.75%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손실률은 18%로 높아졌다. 월가는 다른 펀드들도 베어스턴스처럼 자산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비유동성 자산 + 차입투자 = 금융위기?

비유동성 자산 투자와 차입 투자는 오래 전부터 금융위기의 주 원인이었다. 1994년 아스킨 캐피탈 매니지먼트에 의해 운용되던 헤지펀드가 자주 거래되지 않는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차입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199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붕괴도 차입투자를 상환하지 못한 것에서 촉발했다.

지난해 원자재 펀드인 아마란스 어드바이저는 6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올해초 몬트리올 은행도 천연가스에 투자했다가 6억 캐나다달러(5억6000만달러)를 날렸다.

지금도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차입투자가 늘어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식처럼 유동성이 큰 증권도 투자자들이 떠나버리면 매수세가 급격히 떨어진다. 차입 투자를 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펀드가 비유동성 자산에 장기로 차입투자를 할때, 일부 손실이 발생하면 대출자들은 더 많은 담보나 심지어는 대출 상환까지 요구할 수 있다.

◇ 차입 투자, 어마어마한 규모

차입 투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주식 매입을 위해 증권사들로부터 대출한 총 금액은 5월에 3179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2000년 3월 기록한 종전 최대 기록보다 14%나 많은 액수다.

대규모 채권 딜러들에 의한 순차입은 이번달에 1조3300억달러로 2003년의 7300억달러의 2배 가까이 됐다. 주식시장이 최고조였던 2000년에도 3000억달러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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