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에 '검은 눈물' 출품한 복진오 감독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를 통해 두려움과 감동, 슬픔과 분노를 느꼈어요. 다소 거칠고 투박하겠지만 현장 모습을 담는 데 충실하되 저의 느낌들도 다큐멘터리에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복진오(40·사진) 감독은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 기자회견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태안이나 서해안 기름사고에서 받았던 충격과 감동들을 너무 쉽게 잊은 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매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복 국장은 허베이호 사고가 발생한 직후 태안으로 달려갔다.
그로부터 100여 일동안 그는 태안 등 서해안 일대에 머물며 기름에 뒤범벅이 돼 죽어가는 새, '태안의 기적'을 일궈낸 자원봉사자들의 행렬, 시름에 잠겨 있는 서해안 주민들의 좌절한 표정 등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기름에 젖은 새를 직접 씻겨내기도 했습니다. 제 손이 새의 몸에 닿자마자 맥박과 체온과 함께 새가 느끼는 고통이 전기코드를 타고 오는 것처럼 확 느껴지더군요. '이게 생명이구나'라는 느낌에 뭉클해졌습니다."
그는 거품 머금은 검은 너울이 해변을 덮칠 때보다 주민들의 좌절하는 표정 속에서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공포는, 살을 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서해안을 가득 채운 자원봉사자들의 물결을 볼 때서야 감동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겉은 치유된 듯했지만 이미 서해안의 생태계는 궤멸된 상태.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의 상처는 깊어갔고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어민들을 지켜보며 복 국장은 슬픔을 느꼈다.
"결국 슬픔이 오래 가니까 분노하게 되더군요. 사고를 일으키고도 책임지지 않는 이들의 모습, 어민들의 시름조차 덜어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실상에 화가 났던 거죠."
그는 자신이 직접 촬영·편집한 기록들을 '검은 눈물'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 다음달 22~28일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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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감정인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는 복 국장은 "화려한 대사나 화면 효과는 없겠지만 그 당시가 얼마나 절박하고 처절했던가를 생생히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36개국에서 출품된 160여편의 다큐멘터리들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상영될 예정인 '검은 눈물'은, 인간과 자연의 생존과 공존을 위한 싸움을 뜻하는 '지구전(戰)' 테마를 통해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