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레저 경계선에 서다

도박과 레저 경계선에 서다

지영호 기자
2008.05.19 11:17

[머니위크 기획]팽창하는 사행산업

지난해 사행산업의 매출이 14조6000억원으로 2003년 14조2000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사행산업 규제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반대 여론은 바다이야기 이후 잠잠하던 불법 사행산업이 다시 싹트고 있다며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합법적이더라도 사행산업의 확산을 막자는 것이다.

반면 국민레저스포츠의 역할과 세수 확보, 건전 레저산업 지원ㆍ 육성 등을 이유로 사행산업이 우리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임을 강조하는 의견도 존재하고 있다.

2006년 9월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매출을 올린 2005년만 보더라도 불법 도박사업을 포함하면 사행성 게임이 29조~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지난해 사행산업 매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불법 사행산업의 기승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는 ‘홀덤바’라 불리는 신종 포커바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홀덤바'는 포커 게임의 일종인 텍사스 홀뎀(Texas Hold'em)을 하는 장소로 강남 뿐 아니라 강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신종 불법 도박산업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사행산업이 레저사업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선결과제가 바로 불법 도박사업 척결이라는 기본 원칙에도 불구하고 비인가 사행산업을 관리 감독하는 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도 관리 대상에서 불법 사행산업을 제외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2조에 따르면 사행산업은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 6개 산업으로 한정돼 있다.

사감위는 2006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사행산업의 관리 감독기구를 두자는 의견에 따라 만들어진 위원회로 사감위법에 의해 사행산업의 업장 수와 매출 규모 등을 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불법 사행산업을 규제할 근거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사감위가 감리감독할 대상은 불법 도박사업이라기 보다는 합법적 사행산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사감위 관계자는 “불법 사행산업도 큰 틀에서 사행산업이기 때문에 신고센터운영이나 보상금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질적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사행산업의 확대에 대한 움직임도 각 자치단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업분야는 카지노사업이다. 최근 카지노 허가를 놓고 각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기만 하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사행산업의 확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불가’ 쪽으로 결정된 상태”라며 “다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경우 요건이 갖춰지면 허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외국인 카지노는 조건부 허가하되 내국인 카지노는 불가론을 고수했다.

해마다 확대되는 사행산업의 팽창을 제어하는 동시에 시민단체나 여론의 반대 목소리를 수용한 듯한 모습이다.

◆르네상스 맞는 사행산업

국내 사행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조세수입 확충과 기금조성이라는 목적에 주 5일제 근무가 확산으로 사행성 레저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복권을 시작으로 1994년 경마와 경륜 등으로 유지되던 사행산업은 2001년 스포츠토토 출범, 2002년 경정 개시, 로또 발행, 2003년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 개장 등 굵직한 사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몰리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2004년 부산경마장, 2005년 부산경륜장 개장과 2006년 창원경륜장 및 장외 매장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면서 사행산업의 양적 팽창을 가져왔지만 매출액은 점차 감소했다.

사행산업이 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사감위가 발표한 지난해 사행산업 총 매출액은 14조6000억원으로 2006년 GDP 848조원 대비 1.4% 수준이다. 그러나 민간 경제연구소는 이보다 사행산업의 규모를 더 크게 잡고 있다. 2006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국내 사행산업의 총 매출액은 약 35조원으로 GDP 대비 4.4%로 추정하고 있다.

사감위가 소관부처의 제출 자료를 취합해 발표한 이용자 수는 복권을 제외하고 연간 3700만명이며 1인당 60만원을 베팅하고 17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베팅액은 경마가 30만원, 경륜이 23만원, 경정이 19만원, 카지노가 295만원이다.

◆베팅액 규제는 유명무실

현재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은 최대 베팅 한도를 10만원으로, 카지노는 일반 30만원, VIP 1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 중독을 사전에 방지하고 가정 파탄 등 사회적 문제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발효된 조치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경마를 예로 들면 A창구에서 10만원의 마권을 구입하고 B창구에서 10만원의 마권을 구입하는 식으로 무제한의 베팅을 할 수 있다. 발권장소를 옮기는 방식 외에도 온라인의 경우 다른 사람 명의로 마권 구입이 가능하고 장외업장에서 발행하는 무인발권기를 이용하면 사실상 10만원 베팅 상한제는 있으나마나 한 조치에 불과하다.

10만원 베팅 제한은 실제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정으로 처음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사행성 억제라는 미명하에 둔 제도이기는 하지만 현재 어느 누구도 10만원이 베팅의 상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제도적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감위는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이르면 6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이용주 조사홍보팀장은 “사행사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내용은 지난 1월 발표한 내용을 포함해 사행산업기관이나 업종의 수, 규모, 매출에 따른 총량조절을 제한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건전성과 투명성 강화와 도박중독 및 예방치유 활성화에 대한 조치들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배팅 상한선에 대한 문제는 이미 발표한 대로 현장 확인을 강화하는 등의 계몽성 캠페인과 전자카드(사행성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신원 카드)를 통해 베팅 총액을 제한하는 방식이 확실시 된다.

◆레저산업 긍정적인 면 무시못해

계획 내용이 알려지자 경마팬 등 사행산업을 즐기는 계층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총액제한이라는 규정을 만들고 이제는 ID카드 발급 등 팬으로서 누려야할 권리를 박탈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산업은 경마를 비롯해 승마, 마필생산, 관리 등 말과 연관된 모든 산업을 총칭하는 것으로 단지 베팅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 경마장을 찾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사를 계절별로 마련해 왔으며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며 사행산업의 문화적 기여부분도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행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월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007년 사행산업 현황 분석 자료를 통해 사행산업의 매출과 이용자수가 증가했으나 1인당 평균 베팅금액은 감소해 건전한 레저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감위 출범 이후 이른바 ‘3경(경마, 경륜, 경정)’이 각각 승마와 사이클, 수상스포츠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집중투자를 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재정수입은 득, 과열 경쟁은 우려

사행산업의 환급률은 경마의 복ㆍ쌍승식이 72%, 연ㆍ단승식이 80%를 차지하며 경륜ㆍ경정은 70%, 카지노가 82~83%, 복권이 50~65%를 차지한다. 단순히 말해서 기대수익률은 카지노가 가장 높고 복권이 가장 낮다는 이야기다.

환급률의 차이는 있지만 매출액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국세 및 지방세 등 조세수입은 엄청난 규모다. 해당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행산업의 순매출액 대비 조세기여율은 30.3%로 재정수입에 1조8388억원이나 기여했다. 사행산업 유치에 대한 지자체의 열망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정부도 시민단체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허가권을 쉽게 내주지 않고 있지만 정부 수입적 측면에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마를 예로 보면 매출액의 18%가 원천세로 빠진다. 이중 레저세가 1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교육세가 6%, 농특세가 2%를 차지한다. 마사회의 이익은 전체 매출액의 약 10%로 이 가운데 2.4%가 사회공익환원금으로, 1.6%는 시설투자 비용인 경마발전적립금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마사회의 순수익이라 할 수 있는 비용 및 법인세 부분은 6% 가량인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부입장에서는 사행산업이 국가 재정수입 확충이라는 황금알이지만 국민을 볼모로 손쉽게 세금을 거둬들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손봉숙 통합민주당 의원은 “사행산업이 레저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설치비용을 줄이면서 쉽게 세수를 확충하고 있는 장외매장의 축소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지방자치단체도 적절한 대안이 없이 카지노나 장외매장 설치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지역 특색을 갖춘 문화산업 육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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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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