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상담원,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일일상담원,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송선옥 기자
2009.02.05 15:42

이 대통령,5일 129콜센터 일일상담원으로 서민들과 접촉

- 신빈곤층 속출하는 위기에 '청와대 지하벙커'서 '서민 삶의 현장'으로 나와

- 대통령에게 '어머니 도와 달라' 편지 보낸 10살 김 모양과 오랜 대화 나눠

- 식당 폐업한 50대 택시기사에 "급한 불 끌 수 있도록 지원 하겠다" 약속

이명박 대통령이 5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운영하고 있는 129콜센터의 일일 상담원으로 전화기 앞에 섰다. 129콜센터는 전화 상담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 지원, 기초노령연금, 의료급여, 자활사업 등 보건복지가족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곳.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로 끼니와 자녀 교육을 걱정해야 하는 '신빈곤층'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민생 현장 챙기기 차원에서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129 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 현장점검회의를 주재한 직후 일일 상담원으로 나섰다.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위기 타개책을 논의하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서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옮기고, 국민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의 첫 전화상담자는 최근 청와대로 편지를 보낸 초등학교 3학년 김모양(10). 어머니 김모씨(52)와 단둘이 살고 있다는 김양은 실직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도와달라며, 'TO 대통령 할아버지께'라는 제목으로 대통령 앞으로 애절한 사연을 적어 보냈다.

"엄마가 무릎 관절병이 심한데 식당이 없어지면서 엄마의 직장이 없어졌습니다. 살고 있는 원룸에서도 주인이 2월 달 까지만 살고 집을 비우라고 하십니다. 저의 소원은 원룸에서 쫓겨나지 않고 엄마가 일자리 찾아서 다른 아이들처럼 놀이공원도 가고 떡볶이도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어요."

김 양은 "대통령 할아버지도 경제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계실텐데 제 소원 부탁해서 죄송해요. 제가 공부 잘해서 미국 하버드 대학 나와서 대통령 할아버지 빨강 넥타이도 사 드릴께요"라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나에게 편지 했죠? 편지받고 전화하는 건데 학생이 어떻게 편지를 쓸 생각을 했냐”고 묻자 김 양은 “어머니가 많이 울고 기도 하길래 슬퍼 보여서 편지를 썼다”며 “저도 꿈이 대통령이라서 많이 존경스럽고 들어줄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이 대통령은 김양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똑똑한 따님을 두셨다. 어머니를 위해 몰래 편지를 썼다더라”고 대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대로 지원하고 일자리도 찾아봐 드리겠다”고 흔쾌히 약속하고 "어렵지만 항상 희망을 갖고 살면 아이가 잘 자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한 달 전에 식당을 폐업하고 전북 익산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중년 남성(53)의 전화도 받았다. 이 남성은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려고 한 전화의 상대방이 이 대통령인 것을 알고 깜짝 놀라며 “영광이다. 어려우시죠”라고 말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나도 힘들지만 전화 받으시는 분이 더 힘들지"라고 위로하며 "한 달 월급이 얼마냐"고 물었다. "기본 급여가 42만 원 정도인데 보험료, 조합료 떼면 29만 원~32만 원 정도 받는다”는 대답에 이 대통령은 "한 달 월급인데 그것 밖에 안 나오나"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남성은 “식당 하다가 폐업했는데 정부가 한시적인 지원이라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없는 사람들은 한 달이라도 도와주면 추울 때 도움이 된다. 영업하다가 망하면 옆에서 쳐다보지도 않는데 정부에서 이렇게 도와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당장 급한 분들은 위기관리라고 해서 도와주려고 한다”며 “급한 불은 끌 수 있도록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상담원으로 나서기에 앞서 129콜센터의 상담사, 복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젊은 시절 자살을 생각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 뒤 “옛날에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TV를 통해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129콜센터를 언급하는 등 홍보를 잘 해줘 감사하다는 한 상담원의 칭찬에 "내가 (129콜센터의) 일거리를 많이 만든 거 아닌가”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었다.

일일 상담원을 마친 이 대통령은 상담원들에게 목보호가 중요하다며 목 보호용 사탕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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