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도 대지진 이후 '탈(脫) 일본' 움직임

日 기업도 대지진 이후 '탈(脫) 일본' 움직임

권성희 기자
2011.05.31 17:21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들의 자국내 인수·합병(M&A)은 급감한 반면 해외 M&A는 대폭 늘었다. 침체된 일본 경제와 재난 위험을 벗어나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31일 대지진 발생 직후인 지난 3월12일부터 5월27일까지 일본 기업의 해외 M&A가 1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늘었다고 톰슨 로이터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기간 M&A 거래금액은 총 1조840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본 다케다제약이 스위스 제약회사 나이코메드를 1조1100억엔에 인수하면서 M&A 금액이 급증했다.

일본 기업들은 계속되는 일본내 저성장과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성장 기회를 찾으며 해외 M&A를 늘려왔다.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는 49% 급증한 53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초에도 해외 M&A 열풍은 계속됐다.

다만 대지진 직후에는 일본 기업들이 피해액 산정과 피해 복구에 주력하고 M&A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면서 해외 M&A가 주춤했다. 지난 3월11일 대지진 이후 3주일간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26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줄었다.

하지만 4월부터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는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4, 5월 두달간 이뤄진 M&A는 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일본 기업들은 내수 위축과 글로벌 경쟁 강화, 대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 불확실성 고조 등을 이유로 해외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한 M&A 전문가는 "대지진 이후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해외 M&A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 대다수는 신흥국에서 M&A 기회를 찾고 있다. 다케다는 스위스 제약회사 나이코메드 인수를 동유럽과 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삼을 계획이다. NTT데이터는 브라질과 터키에 거점이 있는 이탈리아 정보 시스템 회사를 인수했다.

일본 금융업에서도 M&A가 활기를 띄고 있다.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인도네시아 생명보험사 지분을 50% 인수해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 온라인 증권사인 모넥스그룹은 주식 거래 시스템 개발에 강점이 있는 미국 온라인 증권사에 대해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의 해외 기업 인수도 활발하다. 도시바는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송전망)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위스 전력기업인 랜디스앤기어를 1900억엔에 인수하기로 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회사인 그리는 미국의 스마트폰 게임회사를 인수했다.

일본 기업들의 대지진 이후 M&A는 '탈(脫) 일본'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있다. 일본내 기업 M&A는 지난 3월12일부터 5월27일까지 307건 이뤄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본 상장기업들의 유보 현금은 3월말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M&A 자금이 어느 때보다 풍부하지만 자금 대부분은 주로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쓰이고 있다.

JP모간 일본 사무소에서 M&A 자문을 담당하는 도이 코이치로는 "대지진 이후 재난 위기감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생산 거점을 해외로 분산하기 위한 M&A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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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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