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자고 공부하는 아이, 부모가 빼앗은 것은?

덜 자고 공부하는 아이, 부모가 빼앗은 것은?

윤창호 인하대병원 신경과 부교수
2011.08.27 12:10

[윤창호 교수의 잘자고 잘살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와 마실 나서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다. 주변 이웃들 모습에서 세상 살아가는 모습의 동질감과 지금 순간을 살고 있음에 감사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이제 장을 보고 나오는 모녀의 모습, 다정히 걸어가는 부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걷는 남녀의 모습. 이것이 모두 나와 우리가 사는 순간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모습이 늘 평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종종 한쪽 마비로 지팡이에 의지한 체 힘겹게 발걸음을 걷는 어르신을 마주 칠 때도 있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산책을 나선 할머님을 마주칠 때도 있다.

물론 그분들이 건강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을 거라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 진료 현장에서 여러 병으로 적지 않은 신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삶을 즐겁게 꾸려가는 분들과 가족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불편 속에서도 현재에 감사하며 소중히 삶을 이어가는 분들이 비단 책이나 영화 뉴스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것은 의사인 나의 작은 소망이다. 머니투데이의 원고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한 것도 나의 글이 이런 바람을 이루는 도구가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삶에 필수적인 것들의 가치를 잊고 지낸다.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의 소중함을 무심하게 잊고 지내는 것처럼 수면의 중요성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2009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수면을 포함한 휴식·레저 시간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국인은 하루 평균 469분(7시간 49분)을 수면 등 휴식에 투자했는데, 이는 OECD회원국 평균 502분에 비해 무척 부족한 수치다.

과연 이렇게 짧게 자는 것이 건강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일까? 업무나 학업에 쫓기어 사회생활을 위해 너무 쉽게 수면 시간을 희생하는 것은 아닐까?

진화라는 것이 주변 환경에 맞춰 개체 생존을 최적화하기 위해 합목적적으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왜 인생의 3분의1 이라는 긴 시간을 잠을 자는데 쓰는 것일까? 그 이유는 수면의 여러 기능에서 유추해 볼 수 있으리라.

수면은 단순히 피동적인 휴식기간이라기 보다는 깨어있을 때를 준비하는 활동기간이다. 수면 중 신체는 일상생활 중 소진한 에너지원을 보충해 다음 날을 준비한다.

낮 동안 경험 또는 학습 한 것들 중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정리해서 버리고 필요한 내용은 장기 기억으로 보관한다. 깊은 수면을 강화하는 전기 자극으로 전날 학습 효과를 강화한다는 연구 보고는 수면이 인지기능에 기여함을 입증했다.

수면은 면역기능에도 기여한다. 일에 쫓기거나 잦은 술자리로 수면이 부족 할 때 감기와 같은 잔병치레를 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수면은 면역기능 강화에 필수적이다.

동물 실험에서 수면박탈을 일정 기간 이상 지속한 쥐가 죽는 원인은 장에 존재하는 대장균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 약화가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면이 부족할 경우 균에 취약할 정도로 면역 기능이 약화된다.

수면은 성장에 중요하다. 어르신들이 성장기 손자들을 보고 "우리 손자가 잠만 자고 나면 쑥쑥 자라는구나"라고 하시는 말씀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수면 초반 깊은 수면 기간 동안 몸에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런 성장 호르몬 분비는 특히 사춘기에 왕성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중요한데, 일상적인 수면 부족 또는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 질환 등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해해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이유로 학업에 쫓겨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푹 자서 잔병치레 없이 잘 자랄 기회를 사회가, 그리고 부모들이 박탈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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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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