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당국, 뱅크런 우려 ECB 예금보증 호소
진퇴양난에 빠진 스페인을 결국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이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30일 뉴욕타임스(NYT)는 "위기가 스페인의 표어"라며 "스페인에는 유동성 위기, 부채 위기, 은행 위기, 경제 위기, 신뢰 위기, 투자자 위기, 실업률 위기까지 모든 위기가 존재 한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쌓여가며 5개월 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정부는 사면초가다. 고위 관료들은 공포를 고조시킬 수 있는 사안들을 발표하길 꺼리고 정부 내 관료 간 말이 엇갈린다. 계획도 계속해서 바뀐다.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가운데 비틀거린다.
스페인 정부가 저지른 최근의 실수는 스페인 대형 은행인 방키아에 자금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뒤 몇 주가 채 안 된 25일 235억 유로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꾼 점이다. 스페인 정부는 아직 방키아 지원을 위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방키아 뉴스가 취약한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을 파괴적이었다. 스페인 증시는 9년 저점으로 떨어졌고 유로가 급락했으며 스페인 국채 금리도 '마의 7%'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서둘러 실시된 28일 라호이 총리의 기자회견에서는 방키아 지원 방안에 대한 불확실함만이 부각됐다. 스페인 은행권이 유럽연합(EU)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도 반복됐다. 정부관계자 조차 미디어가 총리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절망감을 표현했다.
은행권과 지역 신문들은 라호이의 관여가 중대한 상황에서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스페인 은행권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라호이 정부가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었지만 대신 이들은 성급하게 반응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외교관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이 중요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시장은 가격에 위험을 반영하는 건 잘하지만 불확실성은 싫어하는데 바로 지금 이 불확실성이 스페인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은행권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스페인 은행들은 은행예금 자료를 인용해 뱅크런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식 은행 예금 데이터가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나온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는 비공식적으로 EU와 독일에 유럽중앙은행(ECB)이 뱅크런을 막고 스페인 국채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유로존의 모든 은행예금을 보증토록 해줄 것을 호소했다.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제안은 뱅크런 우려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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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스페인 예금주들은 영국, 독일, 프랑스 자산 등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영국 부동산 에이전트인 나이트프랭크는 4월 스페인인들의 매매가 이전 6개월 평균에 비해 14~21% 늘어났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방 은행들은 대출을 거의 중단한 상태며 그나마 대출 역시 엄청나게 높은 이자에 실시되고 있다. 스페인중앙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스페인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446억 유로로 스페인 경제 마지막 호황기인 2007년의 절반이다. 여기에 대출은 매달 감소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경색과 연쇄 파산 위험은 스페인 경제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 이후 금리급등이 국가적 강박증을 초래하며 스페인 소비자들은 큰 규모의 소비를 미루고 있다.
스페인 국채 금리는 급속도로 7%를 향해가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스페인 국채를 투매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차환해야 하는 980억 유로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필요한 520억유로를 조달하는 데 이전에 비해 눈에 띄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커다란 도박을 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일과 ECB가 결국 스페인 지원을 위해 '바른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스페인 정부가 생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정부 측에서는 외국투자자들이 스페인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불만이다. 스페인이 지난 3년 간 다른 어떤 유럽국가보다도 수출을 늘리고 노동시장 개혁을 수행해 왔으며 생산비용을 줄이고 은행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페인이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지 시간과 유럽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할 뿐이라는 게 스페인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소라야 사엔즈 스페인 부총리는 "개혁을 수행하는 국가들은 벌이 아니라 보상을 받아야한다"며 "국민들에게 긴축을 통해 저축한 자금이 더 높아진 이자를 무는 데 사용된다고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고위 외교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태가 최후의 순간까지 갈 것이며 매우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의 디폴트 허용은 가능하겠지만 스페인이 무너질 경우 유럽이 무너진다"며 "결국 메르켈과 분데스방크가 생각을 바꾸고 유럽을 구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마드리드의 한 은행 관계자는 "여기에서는 스페인이 매우 중요한 국가이며 유럽에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 한다"며 "그러나 독일에게 있어 스페인은 그리스, 이탈리아 옆의 마이너 국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