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향후 소송 과정과 전망]
삼성·애플간 특허소송은 1심 판결과 항소심 등 수많은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몇 년이 걸리지도 모른다. 삼성이 애플에 1조1000억원을 배상하라는 지난 24일(현지시간)의 결정은 1심 배심원들의 평결일 뿐이다.
삼성이 평결과정 자체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면 평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내 언론에서도 이번 평결은 특허소송에 대한 배심원 제도의 허점을 노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평결이 ‘옳고 그르냐'는 법리적(intellectual) 판단이 아니라 ‘좋으냐 나쁘냐(good guy or bad guy)’는 정서적(emotional) 선택이었다는 것. 특히 9명의 배심원 가운데 IT에 대 전문지식 없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1심 판결은 최대 한달 걸려
배심원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미 연방북부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평결을 기초로 1심 판결을 내리게 된다. 최대 한 정도 걸린다. 삼성은 법적, 절차적 문제를 들어 평결과 다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판사는 이를 검토해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평결 정에서 다뤄진 증거 가운데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즉각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미국 법원에서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뒤집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평결이 뒤집힌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은 지난 7월 엠포메이션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을 받았으나, 재판부는 한 달 뒤 이를 뒤집고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 측이 배심원 평결과정 자체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문제점을 지적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반대로 평결보다 손해배상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심원단은 평결에서 삼성이 고의적으로(willfully)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판사는 배심원들의 일반적 손해배상액 산정에 더해 징벌적 보상(punitive damages)을 3배까지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20일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심리
애플은 평결 직후 삼성 스마트기기에 대한 미국 내 영구판매금지 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루시 고 판사는 내달 20일 가처분신청 심리를 열기로 하고, 애플에 대해 이달 27일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종의 판매금지를 원하는지 적시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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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이번 평결에 완승한 만큼, 이번 소송에서 문제를 삼은 갤럭시 S2 등 20여종 뿐 아니라, 최근 삼성의 주력인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 등에 대해서도 판매금지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고 판사는 애플의 요구에 이어, 삼성으로부터 의견을 제출 받은 뒤 심리를 열게 된다.
사실 평결 자체도 중요하지만, 판매금지 결정이 삼성 등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판매금지에 대한 결정이 1심 판결 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루시 고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릴 지 가늠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배심원단이 애플의 특허에 대해 모두 유효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판매금지 결정의 관건은 판매금지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강력한 명령이 내려질 지가 핵심이다. 또한 소송 과정에서 문제가 된 제품 외에 삼성의 새로운 기기에까지 판매금지를 내릴 지 여부도 관건이다.
◇항소심서 뒤집힐 가능성도
삼성은 배심원 평결을 판결에서 뒤집는 것보다 항소심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지만, 항소심에서는 배심원이 아니라 전문판사들이 심리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항소심은 애플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주가 아니라 워싱턴 DC의 연방특허법원에서 이뤄진다. 아무래도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이 덜 할 수 있다.
또한 연방특허법원의 경우 다른 나라의 판결 사례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영국법원이 삼성 갤릭시탭이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데 이어, 독일 뒤셀도르프 항소법원도 갤럭시탭 10.1N이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의 주장을 기각했다.
물론 미국 법원의 항소심은 원점에서 이미 검토된 사실을 다시 심리하는 사실심이 아니라, 1심 결과의 절차와 법리적인 문제를 검토하는 법률심. 하지만, 삼성이 1심에서 제출한 증거가 채택되지 못한 점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희망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에 이미 소니의 모델을 모방했다는 삼성측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바 있다.
항소심 절차는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2년이 걸릴 수 있다. 또 항소심에서 패소를 할 경우 대법원까지 갈 경우, 이번 소송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애플이 로열티 문제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애플로서는 삼성이 최대 부품공급업체이기 때문에 삼성과 계속해서 적대적인 관계를 가져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애플이 1심 판결 이후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