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체계 형평성 맞아
- 건보료 부과체계 소득기준으로 일원화하면 가입자 80% 보험료 줄어
- 부과체계 일원화 해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담보
- 소득파악률 높아져 부과체계 일원화 어렵지 않아
1999년 6월. 당시 유력한 차관후보로 거론되던 김종대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이 돌연 직권면직됐다. 정부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을 통합을 추진했는데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김 실장은 건강보험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단일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동일하게 보험혜택을 보는데 직장가입자는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내고 지역가입자는 재산·소득·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는 등 보험료 부과기준이 다른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2000년 7월 정부는 부과체계는 기존대로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남겨두고 건강보험을 통합시켰다.
12년 후인 지난 2011년. 그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라는 해묵은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었다. 지난 1월 건보공단 쇄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노사가 합심해 건보제도 개혁을 위한 실천적 보고서를 최근 내놓으며 논의가 금기된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실천적 건강복지플랜'라는 이름이 붙은 이 보고서에는 건보료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하면 가입자 80∼90%의 보험료가 줄어들 것이란 연구결과가 담겨있다.
김 이사장은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될 때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보험과장이었다. 1988년 전국민 의료보험은 그가 의료보험국장으로 일하며 제도의 기반을 마련했다. 재산, 소득, 성별, 자가용 등 얄궂은(?) 기준으로 매기는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방식은 1988년 김 이사장이 체계를 만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단일화는 자신이 만든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결자해지 시도다.
김 이사장은 공무원을 그만두고 12년간 학계에 있으면서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로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기존 체계의 문제점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며 "다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하게 된 것은 건강보험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라는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건강상태와 관련된 국내외 통계수치,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된 수치를 소수점 단위까지 쉴 새 없이 쏟아내며 소득 중심 건보료체계의 당위성을 설명해나갔다.
-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온 다음 건보료 일원화 논란에 불을 다시 지피셨는데요.
▶ 우니나라 국민의료비 부담은 어느 나라보다 빨라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령화는 이어지는데 소득의 증가속도보다 의료기술에 대한 욕구는 더 빠르게 커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보험재정에 대한 부담은 후손들에게 다 떠넘기는 모양새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험료를 제대로 걷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보험료 부과체계가 공정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밖에서 우리나라 건보시스템을 배우러 많이 오는데 결정적인 흠을 갖고 홍보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 지금 건보료 부과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시는데요.
▶ 건강보험가입자가 동일한 혜택을 받는데 부과체계는 다르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이상한 것 아닙니까. 현 제도에서는 직장가입자의 자녀한테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데 지역가입자 자녀한테는 보험료를 내게 합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데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 재산은 물론 그것이 애매하면 자동차, 성·연령 등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게 납득됩니까. 실직 또는 은퇴 후 소득이 없거나 감소하는데도 집과 자동차를 보유해 지역 보험료가 올라가는 이상한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재산인데 재산기준을 또 들이대는 것도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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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료 부과체계가 이원화된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 사실 지역가입자 부과체계 기준은 1988년도 전국민의료보험을 시행할 때 제가 만들었습니다. 당시도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체계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돈(보험료)을 걷는 기준이 되는 소득파악률이 10%도 안됐어요.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도 안되었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득·재산·자동차·성별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체계를 만들었지요.
- 자신이 만든 부과체계인데 왜 이렇게 바꾸시려고 하는지요.
▶ 당시엔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대가 변했잖아요. 25년 전에 만든 제도를 그대로 고집하니까 더욱 불공평할 수밖에 없지요. 공정하지 못한 제도는 오래가기 힘들죠. 그리고 건강한 건보공단 조직을 위해서도 바꿔야 할 이유가 있어요. 불합리한 제도로 인한 민원 때문에 직원들이 아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공단 직원이 1만2000여명인데 지난해 보험료 관련 민원이 1억2200만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직원이 월 22일 근무시 1시간에 약 5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분위기에서 서비스 향상을 기대하긴 어렵죠.
- 결국 소득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길 수 있느냐로 귀결되는 것 같은데요.
▶ 지금은 소득파악률이 크게 높아졌어요. 건강보험 총 가입자가 2116만세대고 그중 1686만세대는 소득자료가 있어요. 소득자료가 없는 세대는 430만세대죠. 그 중 일용직근로자 549만명이 버는 소득이 연간 46조원 정도되는데 ETIC(근로소득보전세제)로 어느 정도 소득파악이 됩니다. 연간 양도·상속·증여 소득 70조원, 퇴직소득 27조원은 국세청과 연금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을 수 있어요. 또 4000만원 미만의 금융소득 자료를 건보공단이 받게 되면 소득파악률을 95%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 소득파악이 제대로 됐는지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요.
▶ 국세청도 건보공단도 국가를 위해 일하는 기관인데 정보가 공유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소득을 탈루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있는 일이니 불가피한 측면은 있죠. 그래서 소비세에 건보료를 일부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소비가 소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니까요.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권하는 사안입니다. 여러 가지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건보료를 소득의 5.8%에서 5.5%로 내리고, 소비의 0.51%를 매기면 가장 적합한 소득수준의 보험료가 된다는 결론을 이번에 냈습니다.
- 건보료 체계를 바꾸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 아닙니까?
▶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새 모델을 적용하면 국민의 80~90%는 건보료 부담이 줄어듭니다. 종합소득이 많은 10~20% 정도만 건보료가 올라가게 돼요. 근거자료는 모두 공개했습니다. 그러고도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조세연구원, 한국재정학회 등에 연구용역을 추가로 맡겼습니다.
- 복지부나 국회에서는 공감대는 있습니까?
▶ 여야도 공감대고 있고, 복지부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법을 고쳐야하는 문제라 시일이 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일단 자료는 다 오픈했으니 같이 고민해 보자는 것입니다. 비판적인 의견은 얼마든지 수용할 자세도 돼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