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론 발의 추진, 원청업체 책임도 대폭 강화… 기업들 "생산기지 이전 가속"
정치권이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하도급업체가 화학물질 취급 규정을 어겼을 경우 원청업체를 처벌하는 등 원청업체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실트론, SK하이닉스 등의 사업장에서 화학사고로 인명 및 환경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사고 대비를 강화하고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들은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망자 발생, 최고 무기징역=31일 정치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전면 개정한 '화학물질관리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화학사고 책임을 명확히 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화학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해당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즉시 취급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응급조치를 하도록 했다. 특히 유해화학물질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 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즉시 신고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도 취급시설 가동 중단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또 사람과 환경에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화학 사고를 일으켰을 때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한 것도 눈에 띈다. 생명과 신체를 위험하게 하거나 재산 및 환경에 위험을 발생시킨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사망자가 나왔다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했다. 사고가 업무상과실이었다 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생기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울러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즉시 화학사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현행법에는 유해물질 취급과 관련한 규정을 어겼을 때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사고 발생 자체만으로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현행법에는 위해 방제에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거나 사고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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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는 하도급에 관한 규정도 추가됐다. 유해화학물질의 취급을 도급(하도급 포함)해 줄 경우 원청업자는 도급 사유나 관리계획 등을 관청에 신고해야 한다. 또 수급업자의 위반행위는 원청업자의 위반행위로 보도록 했다.
◇업계 "규제강화로 추가비용 발생…생산기지 이전 가능성도"=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법안을 완성, 소속 의원 126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당론 발의를 할 계획이다.
법안의 파장은 화학물질 제조, 유통업체 외에도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전자, 자동차,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원청업체 책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노총 등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의 경우 하도급 자체를 금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법안을 준비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은 "그동안 화학물질을 다루는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한 처벌이 피해 규모에 비해 너무 미미해 벌칙 조항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 의원은 "사고가 났을 경우 원청업체는 모두 협력업체 작업자의 과실로 떠넘기기 바쁜데, 기본적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쓰이는 물질은 원청업체가 관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비용 상승과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로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처벌의 수위가 과도한 수준은 아닌지 입법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품은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 강화가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