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중은행, 선진국 PF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

[기자수첩]시중은행, 선진국 PF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

최동수 기자
2016.12.07 09:07

시중은행들이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PF 투자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도맡아 왔지만 이제는 시중은행이 나서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지금까지 주관한 미국 발전소 PF금융만 5000억원을 넘었다.

시중은행 중 미국 발전소 PF 시장에 첫발을 내딘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미국 발전소 시장을 눈여겨보다 지난 4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Newark)에 있는 복합 화력 발전소의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에 참여했다. 당시 기업은행은 국민은행에 공동 투자를 권유했고 국민은행도 이를 받아들였다. 경험을 쌓은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이달초 각각 2억달러를 모으는 미국 발전소 PF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시중은행들이 해외 PF사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PF사업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익률 높은 대규모 PF사업은 사라진 지 오래고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 일정도 수시로 바뀐다. 실제로 전남 영암에 조성될 세계 최대의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은 올해 1분기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PF시장은 개발도상국 PF사업보다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 발전소 PF사업의 대출금리는 리보(Libor)금리에 가산금리 3.25%포인트를 더한 연 4~5% 수준이다. 가산금리는 4년째부터 0.25%포인트씩 오른다. 여기에 주관사로 선정되면 0.5~1%의 수수료를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시중은행이 사기대출 사건인 모뉴엘 사태로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와 손실 책임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무보의 보증을 줄인 것도 선진국 PF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보증 없이 투자를 진행하다 보니 안전한 선진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PF 담당자는 "미국 발전소 시장은 정부 개입 없이 시장의 논리로만 사업자가 결정된다"며 "사업성이 좋은 곳만 발견하면 보증이 없더라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 PF사업은 개발도상국에만 새로운 먹거리가 있을 것이란 상식을 깬 결과다. 시중은행이 저금리로 인한 NIM(순이자마진) 하락과 경기 둔화 등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같은 상식을 깨는 노력과 시도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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