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3500억달러 대미투자도 안갯속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3500억달러 대미투자도 안갯속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2.21 09:40

[美상호관세 위법 판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온실가스의 위해성 결정을 폐기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2026.02.1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DC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온실가스의 위해성 결정을 폐기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2026.02.1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DC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며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한미 간 대미투자 이행 여부도 혼란 속에 빠졌다.

애초에 구속력이 없었던 업무협약(MOU) 형태의 합의였던 만큼 관세 위협이 사라진 상황에서 한국이 투자 의무를 이행할 명분은 이전보다 약해졌다. 하지만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관세가 여전히 남았고 대미투자로 얻는 우리 기업의 이익이 크다는 점에서 에너지 등 주요 프로젝트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범위를 벗어나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평시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은 의회에 단독으로 부여된 권리인데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관세 정책을 시행해 왔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25%의 품목관세와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25%의 관세(기본관세 10%+상호관세 15%) 부과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그 대가로 주요국들은 미국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와 에너지 등 미국산 물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면서 주요국들에 부과된 15% 관세 역시 무효가 될 전망이다. 다만 자동차 등 품목관세는 이번 판결의 대상이 아닌 만큼 대법원 판결에 상관 없이 유효하게 적용된다.

각 국이 관세 인하를 대가로 미국과 맺은 주요 합의들의 이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이 난 이상 대미투자 등 주요 합의들을 이행할 의무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세 협의를 통해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관한 MOU를 맺었다. 투자는 조선협력투자 1500억달러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를 위한 2000억달러로 구성된다.

양국은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상호호혜적 분야에서 투자가 이뤄지도록 했다.

우리나라 국회가 대미투자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돌연 한국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이 대미투자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통상당국은 미국측과 소통을 통해 한국의 대미투자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1호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조속한 확정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는 상황이었다.

미국 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로 한국은 대미투자를 위한 시간을 다소 벌게 됐다. 미국과의 합의가 MOU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대미투자를 반드시 이행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IEEPA 외에 "더 강력한 관세"를 예고한 만큼 대미투자 자체를 없던 일로 돌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등에서 투자가 국내 기업에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관세 부과 여부와 상관 없이 대미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이 미국 내 원전 건설이다. 원전은 국내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이 가장 원하는 사업으로도 꼽힌다.

미국은 1979년 쓰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자국 내 원전 프로젝트가 위축되면서 산업 생태계 역시 크게 약화했다. 인공지능(AI)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원전 건설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 원전업계의 도움 없이는 원전의 대규모 확충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전은 대미투자 원칙으로 규정한 상업적 합리성에도 부합한다. 경제성이 높고 미국 내 전력 수요도 충분해 투자금 회수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우리 정부가 투자한 자금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기업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사업으로도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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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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