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의 실적 실망감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AI(인공지능)·반도체 밸류에이션(가치) 고점에 다다랐다는 불안감이 깔린 상황에서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 우려가 겹치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11시34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85.93포인트(3.30%) 내린 8.354.02에 거래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000선까지 급락하는 등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오전 9시8분에는 코스피 시장에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올해 코스피에서 울린 21번째 사이드카이며 매도 사이드카로는 10번째다.
코스피 약세에 코스닥도 장 초반 1000선을 하회한 900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날 코스피 급락 배경으로 간밤 뉴욕증시에서 일어난 '브로드컴 쇼크'를 지목했다. 브로드컴은 지난 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매출액을 발표했음에도 연간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전망)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 이에 AI 성장 속도가 둔화할 거란 우려가 시장에 퍼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브로드컴은 구글과 오픈AI 등 6개 사에 맞춤형 AI 칩을 설계해 공급하는 회사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이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내년에는 6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시장에서는 전년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선호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했고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등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시장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소식이 국내 반도체 업종 주가를 끌어내렸고 코스닥까지 동반해서 변동성 장세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와 AI 사이클이 고점에 다다랐는 불안감이 작용했다고도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마이크론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올해 들어 메모리와 AI 반도체 밸류에이션(가치)이 최정점에 달했다는 불안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확인되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에서 가치주 중심으로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되며 기술주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의견도 있다. 서 상무는 "국내 시장에서도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신영증권이 급등하면서 여타 금융주가 동반 상승하는 등 미국 시장의 흐름이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펀더멘털(기업가치) 훼손과 외부 요인보다는 수급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과 쏠림 현상 심화라는 기술적·수급적 요인이 더 크다"며"이익 모멘텀은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있고 이날 급락으로 밸류에이션(가치)상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 진입 매력도가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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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실적 하나만으로 포트폴리오 내 반도체 비중을 섣불리 축소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 연구원은 "브로드컴은 맞춤형 AI 칩을 설계하는 곳이고 AI 반도체 칩 시장 전체를 주도하는 것은 엔비디아"라며 "이번 여름 발표될 예정인 엔비디아 실적도 확인하는 등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