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시대, 평가를 확 바꿔야 한다[청계광장/배상훈]

AX 시대, 평가를 확 바꿔야 한다[청계광장/배상훈]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2026.07.1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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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암기보다 질문·사고역량이 중요
순위 매기는 것 넘어 성장을 끌어내야
정부,미래형 평가모델 개발·확산해야

학기가 끝났다. 시험도 끝났고 성적도 매겨졌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제부터다. 이번 학기 학생들은 무엇을 배웠나. 우리는 그 배움을 어떻게 확인했는가. 교육에서 평가는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갖는다. 학생은 평가를 생각하며 공부하고, 교사는 평가를 염두에 두고 가르친다. 그래서 'Teach to the Test'라는 말도 생겼다. 평가를 바꾸지 않고 교육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좋은 평가는 교육목표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 창의성을 기르겠다면서, 정답 하나를 찾는 객관식 시험만으로 평가한다면 교육의 방향 자체가 흔들린다. 협력을 강조하면서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줄 세우면 학생들은 협력보다 경쟁을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목표와 교육내용, 교수·학습, 평가는 하나로 정렬돼야 한다.

최근 생성형 AI의 확산은 평가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었다. 교육 생태계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정보를 탐색하고, 여러 관점을 비교하며, 사고를 확장한다.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질문하고 탐색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평가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얼마나 많이 외웠고, 정답을 정확히 찾았는지를 확인한다. 학생의 개념 형성과 사고의 발전, 실패를 통한 배움과 성장보다 한 번 시험으로 교육적 성취를 가늠하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평가로는 AX(AI 대전환) 시대의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평가를 확 바꿔야 한다. 순위를 매기는 것을 넘어, 성장을 끌어내는 평가여야 한다. 학생이 얼마나 깊이 사고했는지, 개념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떤 배움을 얻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프로젝트 기반 평가, 포트폴리오, 과정 중심 평가, 동료평가, 구술 평가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사실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 중심 교육, 성장을 돕는 평가, 자기주도학습, 창의적·비판적 사고력의 함양은 오래전부터 추구해 온 교육적 가치다.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생성형 AI의 활용 확대가 교육의 본질을 다시 일깨우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다. AI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해 어떤 배움을 가져왔느냐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많은 시간과 평가 전문성이 요구된다. 대학 교수들은 연구에는 전문성이 높지만, 학생의 교육적 성취를 평가하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성적 이의 제기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학생의 성취를 심층적으로 살피는 평가보다 객관식 시험과 점수 중심 평가에 기대게 된다.

더 큰 장애물은 환경 변화에 둔감한 교육 풍토와 낡은 평가 관행이다. 이를 바꾸려면 교육 당국은 미래형 평가의 필요성을 분명히 제시하고, 교사 집단을 중심으로 미래형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도 평가를 교수 개인의 문제로만 둘 것이 아니라, 대학 차원의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AX 시대를 준비하는 대학이라면, 대학 차원에서 교수들의 평가 전문성을 높이는 연수와 워크숍을 확대하고,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평가혁명은 교사, 교수 한 사람의 열정과 시도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학교와 대학이 함께 만들어야 할 교육 혁신이다.

이제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국가교육과정을 단순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로 협소하게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인간을 기르고, 학생의 교육적 성장과 발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함께 제시할 때 교육과정이 완성된다.

교육은 교실에서 이뤄지고, 교실은 평가가 바꾼다. AX 시대 교육 혁신의 출발은 AI 자체가 아니라 AI 시대에 걸맞은 교육의 재설계와 평가혁신이다. 교사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학생의 배움은 얕아질 수도, 깊어질 수도 있다. 이제 평가를 바꿀 때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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