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사각지대 없애야[MT시평/김범준]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사각지대 없애야[MT시평/김범준]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2026.07.2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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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위탁하는 사업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2024년 기준 345개 위탁사무에 9424억원이 투입됐다. 주민자치가 확산되고 행정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민간에 사업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체육시설, 사회복지지설 및 물재생시설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막대한 예산이 제대로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기도 내 한 노인복지관 관장은 보조금 10억원을 횡령해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썼고, 한 육아종합지원센터 회계 담당자는 137차례에 걸쳐 10억원이 넘는 위탁금을 빼돌려 외제차를 구입하고, 여행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도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부당한 비용 집행과 목적 외 보조금 사용을 발견하고 해당 금액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비용 집행 이후 형식적으로 영수증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허위거래, 증빙 위조, 가격 부풀리기나 가족간 거래와 같은 의도적인 부정을 걸러내기 어렵다. 위탁계약에 따른 사업계획과 운영기준에 따라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되는지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회계감사 도입이 필요하다. 회계감사에서는 수탁기관의 내부통제구조를 파악하고 분석적 검토를 통해 위험 요인을 분석한 후 거래의 실재성과 장부상 금액의 완전성을 입체적으로 검증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통해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 여부를 재량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법률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2022년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완화했다가, 재정 통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025년 3월 다시 회계감사 체제로 복귀시켰다. 사업비 결산서 검사만으로는 부정 적발과 효과적인 재정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영등포구, 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했지만, 지방의 일부 지자체는 회계감사 대신 '간이한 결산서 검사'로 완화하면서 위탁사업 감시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 법안의 목적은 민간위탁사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예산의 부정수급을 방지하며, 국가 및 지방보조금과 민간위탁사업 간 감독체계의 일관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현행 보조금법에서는 1억원 이상 국고보조금과 3억원 이상 지방보조금에 대해서는 회계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연간 10억원 이상 보조금에 대해서는 회계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회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감독관청인 지방자치단체는 수탁기관의 내부통제를 개선하여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감독할 감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곳에는 반드시 합당한 검증이 수반되어야 한다. 국회와 지방자치단체는 납세자에 대한 수탁책임(fiduciary duty)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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