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살 긴급대응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도움 요청과 자살 시도, 치료, 퇴원 후 관리, 일상 복귀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지원을 강화하는 게 대책의 골자다. 자살 위기에 즉각 대응하고,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를 막기 위해 밀착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자살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범정부 대책을 지시함에 따라 정부는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수립하고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 자살 사망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감소했다. 특히 20대와 30대가 각각 33.0%, 2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19~34세 기준) 자살률은 2024년 10만명당 24.4명을 기록한 뒤 작년 22.7명으로 낮아지는 등 완화세를 보인다. 정부가 보건의료·정신건강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자살 시도자, 유족 등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한 것도 분명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으로 보건·복지 중심 예방대책의 한계도 분명하다. 자살은 양극화와 고용 불안, 경쟁 압박 등과 맞물려 발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지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용률이 장기 추세에 비해 1% 높은 해엔 자살 사망률이 1.448% 감소한다. 고용률과 자살 사망률 간의 관계는 청년층일수록 뚜렷하다. 또 주거 불안정이 심할수록 스트레스와 고립감을 키워 자살 생각을 경험할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들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전월세난으로 주거 불안이 심해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자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건복지 중심의 미시적 관리뿐 아니라 고용, 주거, 금융 등 거시적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상담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단기적인 치료제라면 일자리를 만들고 주거환경을 안정시키는 것은 절망의 근원을 제거하는 장기적인 면역 요법이다. 자살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희망 수준을 확인하는 성적표인 만큼 미시와 거시를 아우르는 유기적 대응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