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 8일. 경북 예천군 출신 20대 대학생이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인근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당시 22세)는 지난해 7월 17일 "취업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나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일주일 뒤인 7월 24일, A씨의 가족은 협박 전화를 받았다. A씨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건 남성은 조선족 말투로 "A씨가 이곳에서 사고를 쳐 감금됐다. 5000만원을 보내주면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A씨 가족은 즉시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대사관 측은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위치와 사진 등을 보내 신고하라"라고 했고, 경찰은 "돈을 보내면 안 된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A씨가 어디에 감금돼 있는지 알 수 없었고, 협박범과의 연락은 나흘 만에 끊겼다.
가족들이 협박 전화를 받은 지 약 2주 뒤인 지난해 8월 8일, A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사망 원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A씨와 함께 감금돼 있다가 구조된 한 납치 피해자는 "A씨가 너무 많이 맞아 걷지도 못하고 숨을 못 쉬는 상태였다. 보코산 근처 병원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A씨의 시신은 2개월 동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사망 진단서에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적혀 있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너무 괴로워 잠을 잘 수 없다"며 "죽어서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캄보디아 냉동고에 방치돼 있다.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시신을 유족들에게 신속히 인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20일 한국과 현지 경찰 등이 입회한 가운데 캄보디아 프놈펜의 턱틀라 사원에서 합동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 결과 시신 곳곳에서 심한 멍과 혈흔, 상처 등 고문과 구타 흔적이 확인됐으나, 장기 적출이나 수술 자국 등 신체 훼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화장된 A씨 유해는 시신이 발견된 지 74일 만인 지난해 10월 21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A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사람은 같은 대학 선배인 홍모씨(당시 26세)와 공범 이모씨(당시 22세)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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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실장이었던 홍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A씨에게 이씨를 소개했고, 그가 추가 대출을 못 받게 되자 A씨 명의 계좌를 범죄에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가면 동료들이 통장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며 A씨에게 대포통장을 만들게 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있는 캄보디아로 가게 한 뒤 해당 계좌에 입금된 범죄 수익금 5000만원을 가로챘다.
재판 과정에서 홍씨 측은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통장에서 돈을 빼낼 경우 A씨가 현지 범죄 조직에 붙잡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도 범행했다"며 "피고인의 행동이 피해자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홍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팀장 이씨는 홍씨와 공모한 혐의와 함께 보이스피싱 피해자 4명으로부터 약 2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재판 과정에서 각각 공모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캄보디아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 가족에게 홍씨와 이씨가 가로챈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과정에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국적의 범죄 조직원 6명은 A씨를 감금하고 고문한 끝에 살해한 혐의와 조직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캄보디아 깜폿주 지방법원은 지난 5월 이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캄보디아는 사형제를 두고 있지 않아, 종신형이 최고형이다.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주범으로 지목된 리광하오(리광호)를 비롯해 리싱펑, 류하오싱, 주런저, 인쑹완, 진톈룽 등이다.
리광하오는 공범과 함께 A씨를 고문하고 향정신성 의약품인 필로폰까지 강제로 투약시킨 뒤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했으며, A씨 가족에게 전화해 금전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범행 후 수사망을 피해 도주했다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식당에서 한국인들과 식사하던 중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리광하오는 2023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무료 시음회를 가장해 학생 13명에게 필로폰이 섞인 마약 음료를 나눠준 이른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공범이기도 하다. 이듬해 한국으로 마약 4㎏을 들여오다 적발돼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내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