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 창업원장에게 듣다]④김재관 GIST 창업혁신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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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쇠퇴로 침체했던 미국 피츠버그는 카네기멜런대의 로봇·인공지능(AI) 연구와 피츠버그대 의료원(UPMC) 두 축을 통해 첨단산업 도시로 탈바꿈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업들이 대학 연구진을 따라 피츠버그에 연구소를 세웠고, 언어학습 플랫폼 듀오링고를 비롯한 혁신기업들도 대학에서 많이 탄생했죠."
김재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창업혁신진흥원 신임 원장은 '가장 닮고 싶은 모델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대학의 첨단 연구 인프라와 우수 과학자, 대학병원 등 딥테크 창업에 필요한 요소와 기반은 광주에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원장은 "GIST와 전남대병원이 함께하는 '메드테크 브리지'가 바로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며 앞으로의 청사진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원장 자신도 창업자다. 의생명공학을 연구하던 그는 2021년 수면 헬스케어 기업 '테디메디'를 설립했다. 연구자이자 기업가로 현장을 경험하면서 연구와 창업이 서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회사를 하면서 오히려 연구 질문이 더 날카로워졌다"며 "환자와 시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은 연구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 연구가 사회에 닿는 경로"라고 강조했다.
GIST 창업혁신진흥원은 2000년 창업기술지원센터에서 출발한 과학기술혁신사업단(GTI)을 원(院)으로 승격하면서 기술사업화센터와 창업진흥센터, 창업혁신전략센터를 하나의 지휘 체계로 묶었다. 김 원장은 "기술이전 조직과 창업 조직이 같은 틀 안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특허 관리와 기술이전의 목표가 기술료 회수에 머물지 않고, 창업기업의 성장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4년 출범한 기술지주회사 지스트홀딩스와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될까. 김 원장은 두 조직의 관계를 '베이스캠프와 등반 파트너'에 비유했다. 진흥원이 연구실에서 기술과 팀을 발굴해 시장 검증과 시제품 제작, 법인 설립까지 지원하면, 지스트홀딩스가 시드 투자와 후속 투자, 스케일업을 이어가는 구조다.

진흥원은 앞으로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한다. 첫째는 '원 랩 원 스타트업(One Lab One Startup)'이다. 연구실마다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상시 발굴하고, 전담 PM(프로젝트 매니저)을 배치,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개별 연구자가 사업화 가능성을 판단하고 창업 절차까지 홀로 감당하는 기존 형태에서 벗어나 관련 전문가들이 전면 투입돼 연구실과 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지역 앵커기업과의 연계다. AI를 공통 기반으로 바이오헬스, 에너지·소재, 모빌리티, 반도체 분야의 지역 대기업·공기업에서 기술 수요를 발굴하고, 이에 맞는 연구실 기술을 연결해 실증까지 추진한다. 셋째는 전남대학교병원과 함께하는 '메드테크 브리지'다. 임상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은 의료 수요를 출발점으로 의사와 공학자가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공동창업하는 모델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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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는 이미 연구실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를 여럿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재학생들이 창업한 뇌질환 AI 기업 뉴로핏은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박사과정 출신 연구자가 같은 해 설립한 라이다 기업 에스오에스랩도 2024년 코스닥에 입성했다. GIST 창업기업은 누적 154개사, 투자유치 규모는 2667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여전히 손에 꼽힌다. 일부 뛰어난 창업자의 역량만으로는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김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뛰어난 개인이 나올 때만 성공하는 구조로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유니콘 30개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진흥원이 바꾸려는 것은 지원 방식과 더불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포함된다. 모집한 창업팀 수나 행사 횟수보다 실제 법인 전환 건수와 민간 투자유치액 등 기업 성장과 직결되는 지표에 무게를 더 두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김 원장이 힘을 싣는 분야는 창업 이후 스케일업 단계다. 연구실 창업이 법인 설립으로 이어지더라도 후속 투자와 초기 고객 확보에 실패하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김 원장은 "지역 딥테크 기업이 가장 많이 쓰러지는 구간이 시리즈A 투자 전후"라며 "후속 투자와 첫 고객 확보를 지원하고, 앵커기업과의 실증·구매도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GIST는 지난달 포스코홀딩스, 한국전력공사, 한국에너지공대, 전남창업기술지주 등과 함께 이차전지·에너지 분야 유망기업 발굴·투자를 위한 6자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진흥원과 지스트홀딩스는 대기업·공기업 출신 지역 경력자를 중심으로 경영 인력풀을 구성해 연구자 창업팀에 공동창업자나 전문경영인을 연결할 계획이다. 특히 인허가와 보험수가 전략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바이오·의료기기 분야에는 별도의 전문 인력풀을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다.
진흥원은 출범 3년차에 연구실 기반 창업 후보 기술 50개 이상을 확보하고, 신규 창업 연 20개사, 상장 후보 스케일업 기업 10개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5년차에는 신규 창업을 연간 30개사로 늘리고, 창업기업 투자유치 연 500억원과 신규 코스닥 상장사 배출을 목표로 삼았다. 김 원장이 "창업기업의 기술이 지역의 기존 제조업 현장에 먼저 쓰이고, 지역 대학 출신이 그 기업에서 일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체계 전환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