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내세운 李정부…경제 로드맵·컨트롤타워 부재

'실용' 내세운 李정부…경제 로드맵·컨트롤타워 부재

유재희 기자
2026.10.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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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치의 과잉, 사라진 민생⑤]
잠재성장률 3% 복원 구체적 실행 전략은 실종…친기업·규제강화 엇박자
재경부 조정기능 약화, 거시정책 혼선…"단기대응 넘어 구조개혁 복원해야"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북악산(명승 지정명 백악산) 3단계 구간에서 바라본 경복궁과 남산./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북악산(명승 지정명 백악산) 3단계 구간에서 바라본 경복궁과 남산./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이재명 정부의 경제 철학과 지향점을 보여줄 종합적인 경제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용'을 표방한 정책들이 친기업과 친규제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출범 초기 약속했던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국정 전반을 관통하는 정책 철학이 분명하지 않다 보니 개별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미 관세 협상과 메가특구 프로젝트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정부의 속도전이 일부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관가와 경제계에서는 출범 초기 국정과제로 제시한 주요 과제들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대표적인 과제가 '잠재성장률 3% 복원'이다. 저출생·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1%대 후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잠재성장률 회복은 구조적 저성장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핵심 목표다.

경제 관료 출신의 한 정책 전문가는 18일 "집권 1년 차에 부동산과 주식 등 당면 현안을 점검하고 기초를 다졌다면, 이제는 잠재성장 능력을 확충하고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해소할 2단계 마스터플랜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구 위기 대응과 생산성 혁신,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다지는 작업이 절실한데 지금은 재정 재분배에만 매달리는 모양새"라며 "시장 소득을 높일 양질의 민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양극화 완화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세운 '실용'이 뚜렷한 거시정책 철학과 맞물리지 못하면서 정책 현장의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친기업 기조와 규제 강화 사이의 충돌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도 특정 산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정조사를 벌이는 등 정책 방향이 엇갈린다는 지적이다.

개별 정책 간 유기적인 조율이 부족한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주식·농지·재정 정책이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한국은행의 통화긴축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전직 고위 관료는 "정책 간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부담을 느낀 한은이 홀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혼선의 배경에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제 컨트롤타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장기적인 거시경제 청사진을 주도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청와대의 개별 지침을 집행하는 실무 조직에 머물면서 거시정책의 무게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 관료는 "부총리나 장관이 실·국장과 핵심 과장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 재량권조차 갖지 못하고, 국무회의를 통해 세부 지침까지 일일이 하달되는 구조에서는 관료 조직이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다"며 "경제 컨트롤타워의 권한과 책임을 재경부에 온전히 맡겨야 실질적인 정책 실행 능력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 논란도 사례로 마찬가지다. 그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큰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세부 사업까지 직접 지시하는 '만기친람'식 접근을 하다 보니 부처 장관이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등 정책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컨트롤타워의 주체를 정하는 것보다 구조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한 정책 전문가는 "컨트롤타워가 재경부든 총리실이든 청와대든 주체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라며 "단기적인 경기 방어를 넘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을 임기 내내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범정부 체계를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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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희 기자

저는 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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