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롯데백화점·롯데마트(종합)
[르포] VIP 행사 4번에 연매출 10% 이상…호치민 롯데百·마트의 '돈 버는 현지화'

베트남 호치민의 한 백화점에서는 일 년에 4번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쇼핑이 이어진다. 최상위 고객을 위해 매장 문을 다시 여는 특별 행사다. 연간 4차례 행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백화점 연매출의 10%를 넘는다. 같은 도시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매장 입구에 내세우고 고객들이 점심과 저녁을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먹거리와 취식 공간을 갖췄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베트남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방식이다.
◇영업 끝나도 VIP 쇼핑은 계속…행사 4번에 연매출 10% 이상
호치민 중심 상권인 1군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다이아몬드플라자점. 3층 안쪽 '다이아몬드 라운지' 입구에서는 담당 직원이 고객과 쇼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고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프라이빗룸과 홀을 갖춘 이곳은 최상위 VIP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다. 고객의 생일까지 챙기는 한국식 우수고객 관리가 베트남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이뤄지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생소한 한국식 VIP 관리는 최근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영업을 끝내고 밤 11시까지 VIP 고객만 입장하는 VIP 특별 쇼핑 행사는 연 4회만 진행하지만 이 점포 연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할만큼 소비규모가 크다. 박운영 롯데백화점 호치민점 팀장은 "최상위 VIP 고객 약 1000명을 관리하고 있다"며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기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현지 고객도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높이 평가했다. 매장에서 만난 한 베트남 고객은 "롯데백화점은 다른 백화점에 비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며 "한국 화장품도 구매할 수 있어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플라자점은 약 4500평 규모로 국내 대형 백화점보다 작지만 현지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효과를 냈다. 특히 1층에는 약 200평 규모의 명품 편집숍과 샤넬 등 글로벌 프리미엄 화장품 매장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설화수, 더후 등 한국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뿐 아니라 이전까지 베트남에 진출하지 않았던 조말론과 딥티크를 유치시켰다.

3층에서는 호치민 최대 규모의 골프 전문 공간을 조성했다. 한국 패션브랜드 '헤지스'는 이곳에서도 인기다. 박 팀장은 "헤지스는 현지에서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며 "한국보다 높은 가격에도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식음료 매장도 차별화했다. TWG Tea와 스타벅스 리저브를 비롯해 약 700평 규모의 레스토랑 공간과 400평 규모의 테라스 가든 등을 마련해 식사와 휴식 공간까지 갖춰 고객들이 백화점에 머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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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샤인머스캣을 입구에…"떡볶이·김밥, 좋아요"
호치민 7군에 위치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1층 신선식품 매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고르는 현지 고객이었다. 베트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산 샤인머스캣이 5만~6만동에 판매되지만 롯데마트는 이보다 2배 이상 비싼 한국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동환 롯데마트 상품전략 디렉터는 "한국 상품은 롯데마트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라며 "가격경쟁보다 한국산 상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김밥과 떡볶이, 불고기 도시락, 닭강정 등이 진열된 '요리하다 키친' 앞에서는 메뉴를 고르는 베트남 고객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식 외에도 베트남식 볶음밥과 쌀국수, 스시 등을 판매해 현지 음식과 함께 접할 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취식 공간에서는 구매한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식사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은 외식·즉석식품 소비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구매한 음식을 데워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떡볶이와 김밥을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2층 생활용품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롯데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 남성 고객은 옷을 여러 차례 몸에 대봤다. "옷감이 좋은 것 같다"는 반응도 보였다. 박 디렉터는 "한국의 경우 패션 PB에 대한 인기가 별로 없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패션과 생필품 중심으로 가성비 좋은 PB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장사만 하러 온 게 아니다"…베트남 이웃 된 롯데


롯데는 베트남에서 유통사업을 확대하는 것만큼이나 지역사회와의 상생에도 힘을 쏟는다. 학교 시설을 고치고 아동의 수술을 지원하는 한편 임직원이 직접 거리 청소에 나서는 등 국내에서의 활동만큼이나 베트남에도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 상품을 판매해 이윤만 챙겨가는 외국계 유통기업 이미지를 넘어 현지 사회에 뿌리내리겠다는 취지다.
롯데마트의 경우 베트남에서 환경·사회·동반성장을 아우르는 통합 ESG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비롯해 교육·의료 지원과 중소기업 판로 확대 등 범위도 다양하다. 롯데마트의 '굿 투데이(Good Today)'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아동 교육 지원 사업이다. 베트남 북부 박닌성의 히엔번 초등학교 시설을 보수하고 교육용 컴퓨터를 기증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코딩과 한국 부채 만들기 수업도 진행했다. 호치민 지역 대학생에게는 롯데장학재단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의료 지원사업도 병행한다. 국제 의료지원단체 오퍼레이션 스마일을 후원해 구순구개열을 앓는 베트남 아동들의 수술을 지원했다. 구순구개열은 태생기 발육 부진으로 인해 입술이나 입천장이 선천적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다. 외국계 기업에서 아동 의료지원사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환경보호 활동은 기본이다. 지난 6월 세계자연기금(WWF), 베트남 농업환경부와 하노이 서호 일대에서 시민 플로깅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부터는 전자영수증을 도입해 재활용이 어려운 감열지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활동도 펼친다.
현지 기업과의 동반성장도 롯데마트가 가진 현지화 철학 중 하나다. '글로벌 브릿지 인 베트남' 행사를 통해 한국 식품·뷰티 중소기업의 현지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베트남 기업 및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규 점포 출점 과정에서 현지 인력 채용도 기본 원칙이다. 이런 이유로 롯데마트는 올해 '톱 10 ESG 베트남 유통 부문'과 '친환경 전환 선도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 톱 10'에 선정됐다.

롯데백화점도 호치민 1군 다이아몬드플라자 주변에서 거리의 청소부로 불린다. 임직원이 참여하는 거리 청소와 환경정화 캠페인 때문이다. 호치민 1군은 역사·상업시설이 밀집한 도심 핵심 지역으로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지역이다. 플라자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파란조끼(롯데백화점의 거리 정화 유니폼)가 검정색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타나면 얼굴에 웃음꽃이 만연해진다는 후문이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엔지니어링과 시설관리 담당 직원들이 온실가스 감축 및 친환경 에너지 절감 교육을 이수하고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역량에도 힘을 쏟는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관계는 "앞으로도 환경보호와 교육·의료 지원, 협력업체와의 상생 활동을 이어가며 베트남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년 추가 출점·F&B 강화"…베트남, 롯데 유통사업 '제2 성장판' 된다

"해마다 신규 점포를 내놓고 있습니다."
신주백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사진 위)은 롯데마트의 현지 사업 방향으로 신규 출점을 꼽았다. 호치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권에 맞는 마트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7월 베트남 남부 떠이닌점과 북부 박장점을 열며 3년 만에 신규 출점을 재개했다. 2008년 호치민 남사이공점에 첫 매장을 연 이후 현재 베트남 전역에서 1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신 법인장은 베트남 사업의 성장세를 출점 확대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2022년 이후 매 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증가했고 기존점 매출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먹거리'는 롯데마트의 강력한 무기다. 가전과 생활용품 등 비식품 소비가 이커머스로 이동했지만 신선식품과 즉석조리 식품은 직접 매장을 찾는 수요가 여전하다. 이런 이유로 롯데마트는 2024년 하노이센터점에 이어 올해 초 다낭점과 나짱점을 그로서리 중심 매장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리뉴얼 점포에서 매출과 고객 수가 함께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는 롯데마트의 경쟁력으로 18년간 현지에서 쌓은 한국 상품 조달력과 그로서리 운영력,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꼽았다. 한국에서 검증한 그로서리 전문점 모델을 베트남 소비문화에 맞춰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프리미엄 고객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었던 백화점은 저변 확대에 나선다. 이희승 롯데백화점 호치민점 점장은 향후 사업 방향으로 쇼핑을 넘어선 체류형 공간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 점장이 주목하는 곳은 백화점 주변 오피스 상권이다. 다이아몬드플라자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도이치하우스와 엠플라자 등 고급 오피스 단지가 밀집해 있다. 이곳 직장인과 비즈니스 고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집객력이 검증된 유명 F&B 브랜드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상품 구매뿐 아니라 식사와 휴식을 위해 찾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건물 외관도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이다. 크리스마스와 베트남 설인 뗏(Tet) 등 주요 시즌마다 외벽과 야외 광장을 장식해 현지 시민과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 점장은 이러한 외관 연출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증사진 명소로 확산하며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점장은 "세대를 이어온 로컬 최우수 고객들의 브랜드 신뢰도와 충성도가 매우 견고하다"며 "기존 우수고객을 기반으로 F&B와 문화 콘텐츠를 확대해 다이아몬드플라자를 호치민의 쇼핑·문화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