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리꾼 장사익 "남은 인생 죽을 힘을 다해 노래할거에요"

"세상에 태어난 것이 반갑고, 좋은 인연 맺으며 살고 있는 현재가 고맙고, 앞으로 노래할 내 인생이 기쁘잖아요. 허허."
올해로 데뷔 18주년을 맞은 소리꾼 장사익(63).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홍지동 자택에서 만난 그는 순수하고도 시원한 웃음으로 마주한 이의 마음까지 여유롭게 했다. 인왕산의 가을이 곱게 물들어가는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 거실에서 차를 내리며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그는 인생을 진정 '반갑고 고맙고 기쁘게' 여기는 듯 했다.
63세의 나이에 데뷔 18주년이면, 노래를 시작한 것이 45세부터라는 얘기다. 남들이 조기은퇴 운운할 때 과감하게 새로운 인생의 첫발을 내딛은 것. "수명이 길어졌으니 90까지 산다고 하면 딱 중간에 시작한 거죠. 이를테면 제 인생 전반 45년은 '밤'이었고, 후반 45년은 '낮'일겁니다."
45년간의 밤이라. 충남 홍성 출신인 그는 상고를 졸업하고 보험회사, 무역회사, 종이회사, 가구점, 전자회사, 독서실, 카센터를 거치며 15~16가지 일을 했단다. 특별한 재주가 없어서 그저 잔심부름을 하거나 짐을 나르는 일, 주차를 대신해주고, 손님 응대하는 일을 했다는 그가 자신의 전반 인생을 밤이라 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제대로 해 봐야겠다 싶어서 마지막으로 태평소 부는 일을 시작했어요. 돈도 명예도 안 따르겠지만 3년만 죽을힘을 다해서 해보자 마음먹고 무섭게 열심히 했죠. 우리 가락에 대해 빠지게 됐고, 94년 11월 홍대 소극장에서 가수로 데뷔했어요. 제가 노래하는 인생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참 기가 막히는 일이죠."
장사익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한다. 혼신을 다한 독특한 창법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웅변을 하라고 시켜서 동네 뒷산에 올라가 목이 터져라 웅변연습을 했다"며 "그때 목소리가 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장사익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단지 창법 때문이 아니다. 인생을 노래하는 그의 가락에 매료되는 것이다. 45년간 캄캄한 밤을 헤매며 살아온 그의 인생, 울고 웃으며 할 말이 많을 법하다. 대표곡 '찔레꽃'이 바로 그의 이야기란다.
"누군가 저에게 '노래는 네 나이에 부르는 거야'라고 했어요. 요즘 가수들은 처음부터 가수인 반면, 저는 인생을 배우고 가수가 됐기 때문에 '저 놈 봐라, 저거 내 얘기잖아'라고 느끼는 분들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악보를 못 그리지만, 음악은 만들죠.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찾아 노래로 엮는 거에요."
그는 또 자신의 공연을 그림에 비유했다. 회사일, 가정일 등 근심걱정 많은 복잡한 일상의 그림을 싹 지우게 해주는 공연이란다. '그래도 인생은 살맛난다'고 느끼게 되고, 다시 하얀 백지장이 되어서 새로운 삶을 또 그릴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 한마디로 힐링 콘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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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이 펼치는 우리네 인생이야기가 오는 15, 16일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시작돼, 연말까지 부산 대구 대전 경남 김해 공연으로 이어진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가 이번 단독공연의 타이틀이다. "남은 인생, 죽을힘을 다해 노래할 거 에요. 내 인생은 넋두리죠. 들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워요."
늦게 핀 꽃이 향기가 더 진하고 오래간다고 했던가. 천천히 피어 만발해 오래도록 그 향기를 뿜어주기를, 굴곡 많은 우리네 인생을 대신 노래해주는 시인으로 남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