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진의 클래식 포토에세이]몽마르트르 묘지 가는길
나른한 일요일 오후. 파리에서 일요일엔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일요일엔 박물관이나 다른 관광지들을 돌아보기가 좋다. 물론 파리에 머물고 있는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도 이날은 똑같은 곳을 간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기에 파리에 가면 언제나 즐겨 찾는 몽마르트르 묘지를 가기로 했다. 꼭 만나야 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몽마르트르 묘지를 가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난 그 근처에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지나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화창한 날인데다가 일요일이여서 그런지 관광객에 치어 발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바로 길거리 예술가들이다.




파리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큰 극장 같다. 샹젤리제 극장이나 오페라 가르니에등 여러 극장들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거리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우릴 반기기 때문이다.벽 한 면을 이용해서 무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아가씨도 있었다.
또 석고상 같이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예술가도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곁을 지나가는 관광객을 놀라게 할 때도 있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찔러보는 관광객과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조금 있으니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디서 나는 소리지?’
소리에 이끌려 발길이 닿은 곳엔 길거리 밴드도 있었다. 직접 녹음한 CD도 10유로라고 쓰여 있는 종이가 붙어있는 여행 가방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재미있는 팀이었는데 여러 장르의 음악을 연주했다. 하지만 보컬이.... 보컬이 생각보다 별로여서 듣는 내내 다른 의미의 웃음이 자꾸 내 입꼬리 주변을 맴돌았다. 보컬 아저씨! 지.못.미.
한참을 즐거운 거리 예술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걷다보니 나의 첫번째 목적지인 몽마르트르 묘지(Montmartre Cemetery)에 도착했다.
파리 18구에 자리하고 있는 이 유명한 공동묘지는 페르 라쉐즈 묘지, 몽파르나스 묘지와 함께 파리의 3대 공동묘지로 꼽힌다. 위생과 도시 경관등을 이유로 레 알(Les Halles)등을 비롯한 파리 중심지역에 있던 묘지들이 줄줄이 폐쇄되며 이를 대체하고자 1798년 파리 외곽에 세워진 묘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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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스탕달, 에밀 졸라등 유명 예술가들이 쉬고 있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필수코스로 가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간다. 바로 무용의 신으로 여겨지는 전설적인 러시아 출신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를 만나기 위해서다.

많은 묘들 사이로 조그마한 삐에로가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는 모습을 찾으면 니진스키를 제대로 찾은 것이다.
그가 생전 제일 좋아했던 역할인 '페트루슈카'로 분장한 모습이다. 니진스키가 외롭지 않게 세운 동상이라는데 큰 몽마르트르 묘지 안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리며 더욱 더 외로움이 느껴진다.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나도 그 옆에 앉아 잠시나마 이 동상이 바라보는 하늘을 같이 바라보았다.
'페트루슈카(Petrushka)'는 1911년 스트라빈스키(Stravinsky)가 작곡 한 발레음악으로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이 안무를 담당했었다. 인형 극장의 주인이 갖고 있던 세 인형 페트루슈카, 발레리나, 무어가 생명을 얻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디아길레프(Diagilev)가 기획한 발레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파리 샤틀레극장(Theatre Chatlet)에서 초연되었다.
니진스키는 초연부터 페트루슈카와 함께 했다. 점점 심해진 정신분열증 때문에 몇년 후부터 스위스의 정신병원에 오랜 기간 있었고 결국 런던에서 죽었지만 유해는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발판이 되었던 곳, 파리로 왔다.
니진스키에게 내년에 또 만나자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하며 난 또 다른 예술가를 만나러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한 편에서 같이 기다리는 사람들 보았다. 그 사람들 손엔 악기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어! 이사람들 전철 안에서 연주하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전철이 왔다.
아니다다를까 그들은 전철에 타자마자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신나게 노래를 하며 연주를 하며 한 칸 안에서 왔다갔다 했고 다음 역에서 전철이 멈추자 내려서 바로 옆 칸으로 갔다. 그리고 그 칸에서 바로 조금 전 우리 칸에서 연주한 그 곡들을 똑같이 연주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서도 전철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긴 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팀을 구성해서 여럿이 다니는 모습은 본적이 없어 조금 신기했다.

파리에서 또 좋아하는 장소는 바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퐁피두 센터(Centre National d’Art dt de Culure Georges-Pmpidou) 앞에 있는 광장에 자리한 스트라빈스키 분수(La Fontaine Stravinsky)다.
이 곳은 러시아 출신의 현대음악가 스트라빈스키를 기념하기 위한 곳으로 그의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인 <봄의 제전>을 형상화한 분수이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니키 드 생팔과 장 팅겔리의 작품이다.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기분을 자아내는 이 분수를 보러 가는 길에 또 한명의 예술가를 만났다.

사실 바닥에 있는 그림을 멀리서부터 보고 호기심에 다가갔는데 부랑자같이 생긴 사람이 그 위에 누워 있길래 조금 무서운 기분이 들어가지 말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도, 그림을 쳐다보고 자기를 쳐다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그려지는 그림에만 열중하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수많은 시간동안 지금도 끊임없이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파리. 이 도시를 나도 사랑한다. 도시 구석구석에서 여러 종류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리에서’ 밖에 자신의 세계를 공유할 수 없어서 슬픈 예술가들이 아니라 ‘거리’라는 큰 극장에서 수많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음에 너무나도 행복함을 분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있기에 화창한 날이 더욱 더 눈부시게 느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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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2월 공연은 17일 일요일입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바로가기 nanum.mt.co.kr문의 02-724-7750)